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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공천 新풍속도]“아무갭니다” 눈물겨운 문자날리기

입력 2004-01-15 18:53업데이트 2009-10-10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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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근 손님, 김철근 손님, 면회 있습니다. 안내 데스크로 와 주세요.”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강서구의 ‘찜질방’에선 이런 방송이 유난히 자주 흘러나온다.

민주당 소속으로 이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김철근(金哲根) 국회정책연구위원이 활용 중인 ‘이름 알리기’ 고육책이다. 김 위원은 “캠프 직원과 사전 약속을 하고 하루 3, 4곳의 찜질방을 돌아다닌다”며 “정치신인이 얼굴과 이름을 주민에게 합법적으로 알릴 수 있는 유효한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북지역에 출마 예정인 한나라당 소속 A씨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기를 선호한다. 연말과 연초에 지역 내 유력 인사 700명에게 이미 5차례나 보냈다. A씨는 “1건당 20∼22원이어서 10만번 보내도 고작 200여만원으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며 “‘메시지 좀 그만 보내라’는 항의를 받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B씨는 여론조사를 가장한 자동응답시스템(ARS) 홍보를 활용한다. 형식은 총선 여론조사지만 설문 내용에 B씨의 이름과 경력이 수차례 들어간다. 정치권에선 이런 ARS를 ‘후보자 이름을 유권자의 머리에 억지로 밀어넣는다’는 의미로 ‘푸시 폴(Push Poll)’이라고 한다. ARS 비용은 1만 통에 100만원이 ‘정가’(定價). 지역구 크기에 따라 보통 5만∼8만 통의 전화를 걸기 때문에 1회당 500만∼800만원이 든다.

정치권의 ‘물갈이’ 바람에도 불구하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과 맞서야 하는 정치신인들은 ‘벽’을 넘어서기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특히 각 당이 여론조사 결과를 주요한 공천 자료로 활용키로 결정함에 따라 일부 정치신인들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불법’도 불사하고 있다.

수도권에 출마할 예정인 모 정당의 C씨는 이달 초순 지역구 내에 선거 캠프를 겸한 연구소 개소식을 하면서 연하장 4만장을 돌렸다. 당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C씨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경고 한번 먹을 각오를 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대구지역 출마를 준비 중인 한나라당 소속 D씨는 “벌써부터 하루하루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이다”고 말한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할 예정인 한나라당 소속 강용석(康容碩)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22일 같은 처지의 정치신인 57명과 함께 “현역 의원의 의정활동 보고를 보장한 선거법은 어떤 정치활동도 할 수 없는 신인들의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심판청구 소송을 내기도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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