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의 영화이야기]'뜨거운 가슴' 김동호 위원장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18분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 위원장을 처음 만난 건 3년전 어느 술자리에서다.

쭈뼛거리던 나를 강우석 감독이 “‘주유소 습격사건’을 만든 제작자”라고 소개하자 김동호 위원장은 따뜻하게 미소를 보여줬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 위원장은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머리와 가슴과 몸으로 뛰어다닐 만큼 열정이 넘친다.

영화인에 대한 애정도 영화 못지 않으시다. 그는 영화인들의 전문 주례다. 다들 결혼날짜만 잡으면 그에게 달려간다. 주례 선 횟수만 해도 1000여건은 족히 된다. (김위원장이 단골 주례라면, 배우 이성재씨는 영화인 결혼식의 단골 사회자다. 그래서 두 사람은 만날 때마다 ‘웨딩 전문 파트너’라며 기뻐한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애정 남달라▼

김위원장은 또 부산 해운대의 포장마차를 부산국제영화제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만들었다. 하루 일정이 끝나면 영화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해운대의 호텔 뒤편의 바닷가 포장마차로 몰려든다. 김위원장은 부산영화제 기간 중 일정이 끝나면 늘 이 포장마차를 찾기 때문에 그와 영화인들은 자연스레 이곳에서 어울리게 된다.

밤 10시에서 새벽 5시까지, 하나둘 씩 모여든 영화인들은 새벽동이 틀 때까지 소주잔을 기울인다. 김위원장은 그리고 오전 7시부터 다시 바쁜 영화제 일과를 시작한다. 웬만한 청년 못지 않은 체력이다. 이런 관례 덕분에 해운대 포장마차는 배우 감독 제작자가 일년에 한번씩 일구는 낭만의 공동체가 된다.

퀵 서비스에 대한 일화도 유명하다. 3년 전 점잖은 초로의 신사가 오토바이 뒤에 매달려 부산 대로를 달렸다. 차가 너무 밀리고 참석해야 할 행사는 많다보니 김위원장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였던 것.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양복 차림에 헬밋을 쓰고 오토바이로 부산 대로를 달리다니…. 젊은 패기로도 어려운 치기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진심으로 일을 사랑하는 김위원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심야 포장마차에서 또 그를 만났다. 여전히 따뜻한 웃음에, 소주향을 바다소리와 인정(人情)으로 어울어지게 만든다. 열혈 청년 김위원장이 있기에 올 부산영화제도 성공적으로 끝나리라.

김미희 <‘좋은 영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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