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ＴＶ마주보기］ＫＢＳ「녹색보고…」「까치의 미래」

「까치도 사람과 똑 같더라」. 가장인 수놈 까치는 둥지를 지키고 있는 암놈과 새끼들에게 고단한 줄도 모르고 쉴새 없이 먹이를 건네준다. 「무허가 주택철거반」(한전직원)이 「집」을 부수자 까치 내외는 『꺅 꺅』 울어대며 철거중지를 호소한다. 까치의 유별난 금실과 사람 곁에서 서식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녹색보고…」는 한때 길조로 불리다가 도시화의 급격한 진행과 함께 흉물로 전락하고 있는 까치의 생태를 다룬 「까치의 미래」를 방영한다. 카메라에 잡힌 까치와 인간의 갈등은 심각하다. 도시에 사는 까치는 내집 마련의 최적지인 전봇대를 차지하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한전측에서는 각종 합선사고를 막기 위해 자나깨나 「무허가 주택」을 철거하고 까치가 살 수 있는 신형 전봇대를 만들기도 한다. 취재진은 이같은 갈등의 원인을 환경에 대한 고려없는 무분별한 개발에서 찾고 있다. 개발이 대대로 인간 곁에서 살아왔던 까치의 먹이와 주택을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환경오염의 영향으로 흰까치가 종종 발견된다. 또 지난 89년 길조인 까치를 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제주도로 강제이주당한 까치의 사례도 있다. 당시 40마리였던 제주도의 까치는 현재 1천여마리로 늘었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까치는 제주도의 먹이사슬에 영향을 미치고 감귤농사에도 위협이 되고 있어 「미운 손님」이 돼버렸다. 까치의 꿈은 「까치밥」의 미덕 속에 인간과 공존하는 것이다. 까치가 살 수 없는 세상이라면 끝내는 인간도 살 수 없을 터이다. 〈김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