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하게 말하면 불안하다. 우선 국제정세 변화로 에너지 수입이 줄어들어 원활한 에너지 공급이 어렵게 되면 엄청난 더위에 시달리거나 얼어죽을 수도 있다. 상수도나 하수도도 모두 전기를 이용해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물도 끊길 수 있어 더욱 불안하다. 그래서 이사할 집을 찾을 때 가까운 곳에 약수터가 있는 곳을 골랐다.
식량 문제는 어떤가? 과거에는 자연재해로 흉작이 들면 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죽어 나갔다. 수십 년 전만 해도 가을에 수확한 곡식이 떨어져가는 봄이 되면 말 그대로 먹고살기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태풍 피해가 심할 때면 쌀값 인상이 큰 걱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높아진 경제력을 이용해 새우는 필리핀, 쇠고기는 미국이나 호주, 밀가루는 호주나 러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온갖 먹을거리를 수입해 오고 식단의 주식인 쌀, 밀가루 수급이 나아지다 보니 식량에 대한 위기의식도 많이 낮아졌다.
싼 중국산 식재료라는 말도 무색해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어렵지 않게 구할 수는 있지만 가격이 점점 비싸지고 있다.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영국 해로를 봉쇄하면서 해외로부터 물자 조달이 어려워지자 영국왕실 소유 정원과 공원 등을 갈아엎어 밭으로 만들어 채소 등 작물을 심어 식량을 조달했다. 빅토리가든 즉 승리의 정원이라고 불렸던 이 제도는 초기에 반발도 있었지만 식량문제 해소에 큰 효과가 있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이상기후와 줄어드는 농지로 건강식단의 필수요소인 채소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는 요즘, 건강한 식단을 지켜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월급이 매년 꾸준히 인상돼도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로 건강한 식단에 필요한 신선식품의 가격이 급등하면 우리의 삶은 별반 나아지지 않는다.
김지석 주한 영국대사관 선임기후변화담당관
▲동영상=울릉도 약수 마시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