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이 책!]참된 스승은 제자의 기대치를 넘어선 사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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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다쓰루 著 ‘스승은 있다’

내 20대는 방황으로 가득했다. 참스승을 찾아 온 청춘을 소비했다. 원수를 갚기 위해 무림의 고수를 찾아 나서던 것과 비슷하지 싶다.

‘스승 찾아 삼만리’의 여정은 좌절로 귀결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승에 대한 내 기준은 지나치게 높았다. 당시 나는 지덕체가 합일된 완전체의 스승을 갈구했다. 그런 강박 때문에 스승 찾기는 더 어려웠는지도 모른다.

나의 스승들은 늘 내 기대치를 벗어난 이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하지 않던 방식으로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 그러니까 사실, 스승에게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할지도 잘 몰랐던 셈이다. 그때 내 손에 들어왔다면 좋았을 책이 하나 있다. 일본의 지식인이자 무도가인 우치다 다쓰루의 ‘스승은 있다’.

시간강사로서 학생을 만날 때 겪었던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것이 그가 쓴 ‘하류 지향’이었다. 학생들이 강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그의 설명에 나는 치유받았다. 그의 ‘스승은 있다’는 스승에 대한 생각을 바로 세우도록 도와주었다.

159쪽에 불과한 이 얇은 책자는 원래 개념에 대한 성찰을 독려하는 입문서 시리즈(지쿠마 프라이머 신서) 중 하나다. 우치다가 여기에서 내놓는 스승상은 스승에 대한 우리의 착각을 부순다. 그는 학생의 생각과 기대치를 넘어서는 사람이 참된 스승이라고 말한다.

스승은 제자의 사유와 한계를 넘어선다. 외려 내가 예상치 못했던 내 지평과 가능성을 확장시켜 주는 게 스승의 몫이다. 참된 스승은 지식을 늘려주는 것을 넘어서 존재 자체를 바꿔버린다.

나는 이 얇은 책을 펼쳐들고 ‘왜 이제야 만났나’라고 탄식했다. 20대의 나는 내 기준에서 완벽한 스승을 찾았지만 정작 필요했던 것은 내 부족함을 깨우쳐 주는 이를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 곁에 이미 존재했었지만 그때의 나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우치다는 스승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스승을 통해서 배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준다. 혹시 참된 스승을 찾아 헤매는 이가 있다면, 먼저 ‘스승은 있다’를 읽기 위한 시간을 비우길 권한다.
 
이원석 문화연구자
#우치다 다쓰루#스승은 있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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