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년을 향한 성찰과 전망]<2>로버트 배로 교수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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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 사이인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왼쪽)와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대담을 갖고 한국과 세계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배로 교수는 “경제성장은 친시장 정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스승과 제자 사이인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왼쪽)와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대담을 갖고 한국과 세계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배로 교수는 “경제성장은 친시장 정책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로버트 배로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세 때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 일찌감치 ‘천재성’을 인정받은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을 중시한다. 교육이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으로 이어진다는 점 때문에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다. 얼마 전에는 종교와 경제발전의 상관관계를 실증 분석한 뒤 “종교적 믿음이 정직, 근로윤리 등으로 이어져 경제발전을 촉진시킨다”고 주장했다. 저서로는 ‘경제성장의 결정요소’ ‘거시경제정책’ ‘신성(神聖)한 것은 없다’ 등이 있다. 본보와 고려대가 공동 주최한 ‘2005 국제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한 그를 이종화(李鍾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만났다. 이 교수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배로 교수의 제자로 많은 논문을 공동으로 쓰기도 했다.》

▽이종화 교수=생산성이 높아져 혁신이 이뤄지고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교육 문제는 요즘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교육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배로 교수=장기적으로 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핵심 요소는 교육이다. 한국 교육은 과거 초기에 가난했던 국가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다. 그래서 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이 교수=현재 한국 대학의 80%는 사립대학이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신입생모집방법 등에서까지 정부의 통제를 일정 부분 받는다.

▽배로 교수=(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문하며) 모든 대학이 그런가? 정부가 지나치게 통제하면 절대 생산적이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이 교수=한국 경제의 최근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2003년에 3.1%, 지난해 4.6%였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올해도 5%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하지만 많은 민간연구소는 어렵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4%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 한국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배로 교수=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놀라운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이 같은 성장률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성장률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 정책이 매우 중요하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친시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요구조건에 부응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 교수=2003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 정부 정책에 대해 ‘친시장 중시’에서 ‘분배를 중시하는 유럽식 선호’로 기울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지금은 어떻게 평가하나.

▽배로 교수=한국 상황에 대해 각론까지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초기의 ‘친노동 정책’ 기조가 다소 바뀐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사회복지 부문의 지출이 늘어나는 것도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 교수=평등주의에 함몰된 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신행정수도 건설도 비슷한 관점에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신행정수도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정치적 목적에 따라 수도를 사실상 분할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많다. 어떻게 생각하나.

▽배로 교수=세부적인 내용은 잘 모르지만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수도를 분할한다거나 옮기는 것은 현명치 못한 일이다. 서울에 사람이 몰려들고 기능이 몰려 있는 것은 서울이 생산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를 옮기는 것은 자원 낭비다. 브라질은 브라질리아를 수도로 정하고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에 몰려 있던 경제적 기능과 행정적 기능을 무리하게 옮겼다. 하지만 사람들이 브라질리아로 옮기려 하지 않았고 결국 실패했다. 얼마나 큰 낭비인가.

▽이 교수=한국 내 외국인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는 외국자본에 대해 ‘지나치게 단기차익만 올리려 한다’는 비판론이 많다. 반면 외국인투자가들은 주식 보유 목적 등을 상세하게 보고토록 한 ‘5% 룰’ 등을 예로 들며 한국이 외국자본에 배타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외국자본에 대한 적절한 정책은 무엇인가.

▽배로 교수=외환위기 이후에 외국자본은 한국에서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투자가들은 ‘한국 정부가 외국자본의 한국 내 활동을 제약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나도 이런 점에서 ‘5% 룰’이 외국인투자가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우려가 있다고 본다.

▽이 교수=미국 경제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 ‘쌍둥이 적자’라는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경기 과열의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이 연착륙에 성공할지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두 나라는 현재 위안화 평가절상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두 나라 경제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배로 교수=미국 경제는 2001년 경기침체 때와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다. 다만 쌍둥이 적자가 많이 쌓이고 있고 미국이 이를 줄이는 노력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중국은 좋은 상품을 너무 싼 가격에 수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는 위안화 가치가 상당히 큰 폭으로 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로버트 배로 교수▼

△1965년 캘리포니아 공대 물리학과 졸업

△1970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98년 미국 경제학회 부회장

△1987년∼현재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

▼이종화 교수▼

△1981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92∼93년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1993년∼현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정리=공종식 기자 kong@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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