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4월 7일 02시 54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學如不及에서는 學자 뒤에 작은 휴지가 있다. 如不及은 마치 미치지 못하지나 않을까 여기듯이 한다는 말이다. 도망가는 자를 쫓아가되 미치지 못할까 여기듯 한다고 풀이한 설도 있다. 정약용은 길 가는 행인이 고향 관문에 행여 못 미칠까 달려가는 심정이 꼭 이러하다고 했다. 猶는 ‘그런데도 또한’의 뜻이다. 失之의 之는 이미 배운 學이나 학문의 목표를 가리킨다. 猶恐失之에 대해 옛 주석은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학문을 숙달해서 오래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았다. 그러나 정약용은 얻은 것을 잃을까 근심하지 않고 도를 향하여 가되, 앞에 있는 귀중한 보배를 다른 사람이 먼저 가져갈까 두려워하는 마음처럼 애태우는 것이라고 보았다.
공부는 한 과정을 다 채운 뒤에야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작은 성취에 안주하는 일도 또한 경계해야 한다. ‘옹야(雍也)’에서 염유(염有)가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했을 때, 공자는 “힘이 부족한 자는 가다가 쓰러져 어쩔 수 없이 그만두는 법이다. 지금 너는 금을 긋고 있다”라고 했다. ‘금여획(今汝(화,획))’이라고 꾸짖는 음성이 여기서도 울려나온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