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감]KBS FM ‘세상의 모든 음악’ 4집 앨범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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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을 등지고 퇴근하는 사람들의 어깨는 무겁지만, 얼굴엔 편안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희망이 담겨 있다.

클래식과 국악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KBS 1FM(93.1Mhz)에는 다소 특이한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에서 8시까지 방송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다. 북유럽 켈트 음악부터 아프리카, 남미, 포르투갈, 그리스 음악까지…. 4년이나 진행을 맡았던 탤런트 김미숙 씨의 나지막하면서도 여유로운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던 그 방송이다.

퇴근길에 차 안에서 듣다가 ‘집에 도착했는데도 내릴 수 없었다’는 평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프로그램이다.

‘그대 황혼이면 돌아오듯이.’ 최근 발매된 ‘세상의 모든 음악’ 4집 앨범(아울로스 미디어)의 제목이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의 한 대목에서 따온 이 제목은 저녁에 길 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에 더 없이 잘 어울린다. ‘음악을 들으러 숲으로 가다’(1집), ‘쉼,’(2집), ‘저녁, 길모퉁이 카페’(3집) 등 시적인 제목을 단 ‘세상의 모든 음악’ 앨범은 국내 월드뮤직 음반 중에는 독보적인 인기 시리즈다.

4집의 첫 곡은 전자음악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수잔 치아니의 ‘터닝’(Turning), 두 번째 곡은 데이비드 란즈의 ‘return to the heart’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진 두 곡을 특히 좋아했는데, 공교롭게도 지난달 28일 오후 두 사람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데이비드 란즈의 독주회를 객석에서 수잔 치아니와 함께 관람했던 것. 무대 뒤에서 인터뷰를 하던 중 치아니는 ‘터닝’을 피아노로 연주해 주기도 했다.

‘세상의…’ 음반을 듣다보면 클래식, 가요, 팝만 아니라 이 세상엔 정말 들어야 할 음악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세계 각국의 언어와 악기로 연주되는 아릿한 향수와 설움이 담긴 노래와 아름다운 합창음악들….

특정 장르, 작곡가, 지휘자의 곡에 매몰돼 가는 음악적 취향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지구촌 곳곳에서 꽃으로 피워낸 살아 숨쉬는 음악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5년 전 ‘세상의 모든 음악’을 기획하고 현재까지 연출하고 있는 김혜선 PD는 “음악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라고 말한다.

가 보지 않아도, 눈을 감아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그 나라의 음악이기 때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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