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은의 이야기가 있는 요리]사랑 부르는 묘약 '초콜릿'

  • 입력 2003년 2월 6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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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우리가 속한 사회란 것이 대개는 다수의 성원들을 따라 흐른다. 9명의 대입 준비생을 위해 1명의 실업계 학생이 희생하고, 다이어트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무리 속에 숨겨진 느긋한 과체중자는 비정상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빨간 하트와 큐피트의 화살이 난무하는 2월이 오면 그 ‘다수’란 ‘커플’이 된다. 2월호 월간지들을 들추면 온통 ‘사랑의 선물 리스트’ ‘프로포즈법’ 등 밸런타인 데이와 관련된 기사뿐이다. 간지럽고 어색한 2월 14일.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어찌 따로 있을 수가 있는가? 사랑은 미리 계획을 짜둘 틈을 줄 만큼 한가로이 오지 않는다. 잔꾀를 내고 말고 할 새도 없이 훅 하고 한목에 덮쳐온다. 어쨌든 초콜릿향이 진동하는 2월이 왔으니 커플이든 싱글이든 초콜릿 맛이나 보고 지나자.

● 초콜릿

초-콜-릿. 이 삼음절만 들어도 벌써 입이 달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일본이나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초콜릿 소비량은 그리 폭발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 시장에서 흔히 접해왔던 초콜릿의 맛이란 어떤 걸까? 만인의 간식 ‘쵸코파이’처럼 초콜릿을 한겹 입은 달콤한 빵맛, 갈색 종이팩에 담긴 설탕 섞인 ‘쵸코우유’, 또 설탕으로 단단하게 겉을 싸고 색을 입히는 ‘알쵸코렛’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들은 초콜릿맛을 일부 첨가한 식품이며, 카카오 열매가 모체인 초콜릿의 참맛은 오히려 쓰디쓰다. 그 쓴 맛을 상쇄하기 위해 버터나 우유등이 섞여 조제되기도 한다. 완성된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색은 검고 맛은 쌉쌀한데, 다크(dark)라 불리는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반 이상으로 시중에는 70% 이상인 제품들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버터함량이 비교적 낮고 무설탕 식품이므로 다이어트에도 좋은 간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항산화작용을 하는 초콜릿은 혈당을 올려주어 기분을 좋게 하고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 사람을 가볍게 흥분시킨다. 생활의 맛이 밋밋했던 고대에는 초콜릿의 이러한 작용들이 상당히 자극적인 것이었기에 최음제 또는 사랑의 묘약이라 불리기도 했다.

● 카사노바의 핫초콜릿과 밤거리 여인들의 티라미수

카사노바가 즐겨찾던 메뉴에 빠지지 않았던 세가지는 샴페인이 섞인 펀치(칵테일), 생굴 그리고 초콜릿이다. 특히 완숙한 연인을 위해서는 샴페인을 준비했던 데 반해 나이 어린 아가씨들을 유혹하는 데는 초콜릿을 나눠 마시는 ‘절차’를 거르지 않았다는 설이 전해진다. 스페인을 통해 이탈리아로, 루이 13세의 혼례와 더불어 프랑스로 건너간 초콜릿은 당시 화폐 대용으로 통용될 만큼 진귀한 맛이었다. 워낙 소량만이 시중에 유통된 초콜릿은 음료로 만들어 주로 궁에서만 마셨으며 이를 위한 주전자나 잔들은 은기나 최고급 도기로 제작되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었다. 위엄의 상징이었던 태양왕 루이 14세가 후궁들이 마시는 핫초콜릿이 아까우니 배식을 줄이라고 명했을 정도라니 당시 초콜릿의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여기서 말하는 핫초콜릿이란 우리가 가루로 타서 마시는 ‘코코아’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쥘리에트 비노슈 주연의 영화 ‘초콜릿’을 보면 다크 초콜릿 덩어리를 진하게 녹여 뜨끈한 음료를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이 바로 진짜 핫초콜릿이다.

현대 사회에 들어 오면서 한동안 외면당했던 고칼로리 진한 맛의 정통 핫초콜릿은 최근 들어 프랑스 식문화에서 부활하고 있다. 특히 “한잔을 마셔도 정통의 맛으로”라고 주장하는 미식가들을 주축으로 오래된 티하우스나 카페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티라미수.’ ‘나를 위로 끌어 올린다’라는 마력적인 이름의 이탈리아 디저트로 쓴 맛의 카카오와 에스프레소를 부드러운 카스텔라와 크림이 메워주는 음식이다. 카카오의 성분으로 기분이 밝아지고 두 재료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밤새도록 깨어 있도록 도와준다 하여 이탈리아의 밤거리 여인들이 출근(?) 전에 즐겨 먹던 메뉴였다 한다. 이 역시 카카오가 ‘사랑의 묘약’이라 불린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 말린 과일 트뤼프

트뤼프(영어로는 트러플)라 불리는 초콜릿볼을 빚어보자. 콩이나 꿀이 섞인 경단처럼 트뤼프의 속에도 각종 내용물이 첨가된다. 크기는 작지만 순도 100%의 다크 초콜릿과 크림이 다량 섞이므로 유럽에서는 아주 고급스런 먹을거리로 통한다. 쌉쌀하면서 부드러운 겉면을 지나 중앙에는 갖은 술이며 과일이 박힌다. 이때 수분이 많은 과일은 쓰지 않고 설탕에 꾸덕하게 졸인 상태이거나 말린 상태의 것들을 쓴다. 특히 말린 과일은 건조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면서 자체 내의 당분만 남기 때문에 설탕 없이도 단맛을 내게 된다. 이 단맛은 초콜릿의 쓴 맛과 시너지 효과를 낸다. 파파야, 살구, 건포도 등을 대신하여 우리의 맛인 곶감, 대추 등을 이용하면 정갈한 멋과 맛이 난다. 선물용으로 쓰려면 딤섬을 담는 조그만 대나무 찜통이나 목기류에 한지를 깔고 담아보자. 핑크빛이 고운 공단보자기로 매듭지어 싸주면 아주 고급스럽다.

사람이 무언가에 즐겁게 열중하는 동안 생성되는 화학물질 중 ‘페닐에칠아민’이 있다. 페닐에칠아민이 부족하면 신경질적이 되거나 히스테리를 일으키는데, 특히나 사랑에 빠져 열중하는 동안에 이 물질의 분비가 활발하며 역으로 이별 후에는 분비를 딱 멈춘단다. 이 페닐에칠아민이 다량 함유된 식품이 바로 초콜릿. ‘다수’의 커플 뒤에 웅크리고 있는 이 겨울의 싱글들은 참고하도록 하자. 불가에서는 ‘득지본유 실지본무(得之本有 失之本無)’라 말한다. 얻은 줄 알았으나 본래 있던 것이고 잃은 줄 알았으나 본래 없던 것이라는 뜻이다. 사랑도 연인도 다 그런 것이니 있다고 유난 떨지 말며, 없다고 슬퍼하지도 말지어다

● 클래식 핫초콜릿

다크초콜릿 150g, 물 1잔,

우유 1잔

1. 작은 냄비에 물과 잘게 부순

초콜릿을 넣고 약한 불에 고루

녹도록 끓인다. 이때 불이 조금만

세도 초콜릿이 타므로 은근한

불에 10분 정도 가열한다.

2. 1이 다 녹으면 그대로 5분 더

가열해 진한 농도로 만든다.

3. 2에 우유를 부으며 저어주어

잘 섞는다.

4. 3을 다시 아주 약한 불에 5분

정도 더 데운다.

*각설탕 1개와 계핏가루를

첨가하면 향이 좋다

● 트뤼프

달걀노른자 2개, 잘게부순 초콜릿 200g,

카카오가루 50g, 크림 3큰술,

버터 100g, 말린 과일.

1. 금속재질의 냄비에 초콜릿과 크림을

담고 중탕으로 저어가며 충분히 녹인다.

2. 1이 부드럽게 녹으면 불에서 내린 후

노른자와 버터를 저어가며 섞는다.

3. 2를 몇분 더 저어주어 완전히 섞은 뒤

마른 면보자기를 덮어서 실온에

반나절 둔다. 냉장고에는 절대 넣으면 안 된다. 수분이 모두 증발하기 때문이다.

4. 3이 꾸덕해지면 한 스푼씩 떠서

동그랗게 빚고 가운데에는 말린 과일

조각을 박는다.

5. 4를 카카오가루에 굴려준다.

*말린 과일과 함께 잣이나 밤조각,

호두를 섞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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