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뒷얘기]「금관」포장에 일주일 진땀

  • 입력 1999년 4월 6일 19시 22분


깃털 달린 갓 같은 문화재는 어떻게 포장해야 할까. 수많은 장식물이 달린 금관은 또 어떻게 포장하나.

‘사람이 다칠지언정 문화재가 다쳐선 안된다’ ‘유물 상자를 집어던져도 괜찮을 정도의 완벽한 포장!’ 안전은 문화재 포장의 대원칙. 그러나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포장이 가장 어려운 유물은 금관. 무수한 옥 장식물(곡옥·曲玉)로 인해 금관을 꽉 묶을 수도, 느슨하게 묶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관을 해체, 장식물 하나하나를 떼어내 일일이 포장하기도 한다. 금관 하나 포장에 일주일이 걸린다. 우리는 대개 솜과 부드러운 중성한지(中性韓紙)로 유물을 싸고 나무 받침대로 고정시킨 후, 나무상자나 알루미늄상자에 넣어 다시 2중 3중으로 포장한다. 미국에선 유물 모양에 맞게 주형을 만들어 포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포장은 유물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 액자에 든 유물의 경우, 유리 를 따로 떼어 운반하는 것이 기본. 만일 같이 운반할 경우는 유리 위에 접착제를 발라 유리가 깨지더라도 유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

나무 상자는 충격을 흡수하는데 효과적. 그러나 자칫 나무가 완전히 마르지 않았을 경우, 휠 수 있고 습기와 병충해로 유물 훼손의 우려도 있다. 습기에 약한 서화(書畵)나 목공예품은 더욱 조심스럽다. 상자 안쪽에 습기 차단 물질을 댄다. 때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상자를 사용하기도 한다.

20년 넘게 유물 포장에만 매달려온 국립중앙박물관 유물부의 김홍식씨는 “우리의 문화재 포장 실력은 세계적”이라고 자부한다. 미국 애틀랜타올림픽 문화교류전이 열렸던 96년, 그곳에 모인 전세계 박물관 관계자들은 우리의 국보83호 금동반가사유상 포장을 보고 “거꾸로 뒤집어 놓아도 이상이 없겠다”고 놀라워 했다.

유물을 옮기는 일은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86년 구 중앙청 건물로, 96년 경복궁내 지금의 건물로 이전했고 2003년 다시 서울 용산으로 옮겨 가야 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잦은 박물관 이전으로 포장 실력은 늘었지만, 포장하고 풀고 또 포장해야 하는 큐레이터들. “이삿짐센터를 차려도 밥 굶을 일 없겠다”는 그들의 농담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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