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미스터]‘평생직업’ 시대 “내 실력을 팝니다”

  • 입력 1999년 10월 25일 18시 49분


21세기는 ‘평생 직장’이 아닌 ‘평생 직업’의 시대. 일터에서도 주어진 일만 성실히 수행하는 ‘돌쇠형’보다는 적시안타를 치는 유능한 ‘선수’를 높이 쳐주는 추세다. 꾸준한 자기계발로 부가가치를 높여놓아야 한다는 것은 직장인이라면 모두들 공감하는 부분.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갈고닦은 자신의 능력을 ‘팔고’‘가로세로로 엮어두고’‘축적하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새로운 사회에 앞서가기 위해 알아둬야 할 커리어관리법 세 가지.

◇ ‘자리’스스로 창출

▼나를 마케팅하라▼

인력컨설팅회사인 리헥트해리슨 코리아의 윤정화이사는 “다국적기업의 한국지사장 가운데는 스스로 자리를 창출해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아직 우리나라에 진출하지 않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시장가능성 경쟁사현황 예상시장점유율 등 철저한 조사를 끝내고 본사에 연락해 협상을 벌인 것. “내가 한국지사장을 맡아 1년간 이만큼 성과를 낼 테니 연봉 1억원을 달라”는 식이다. 정보통신분야인 D사의 정모씨, I사의 김모씨가 여기에 속한다.

이때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한국식 ‘이력서’가 아니다. 새로운 업무에 도움될 만한 일을 얼마나 해왔는지 성과를 적어놓은 미국식 ‘레주메(Rsum)’다.

최근 외국계 소프트웨어회사로 직장을 옮긴 양정원씨(26·여). 그는 레주메에 ‘내가 가진 스킬’을 UNIX DB Web 등 8개 항목으로 분류한 뒤 10점만점으로 스스로 점수를 평가해 기록했다. 이전 회사에서 성공한 프로젝트와 컴퓨터교육내역도 빠짐없이 적었다. 대신 업무와 관계없는 가족관계 주민등록번호 등은 뺐다. 학력도 한줄로 끝.

“그 업무를 맡았을 때 내 능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을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거죠. 객관적으로 자기점검을 하게 되므로 레주메를 쓰는 것 자체가 커리어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만남은 정보교류 기회

▼네팅이 아닌 네트워킹을▼

사람을 비즈니스로만 만나는 것은 네팅(Neting)에 불과하다. 회사를 떠나서도 계속 교류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어야 네트워킹(Networking).

인력컨설팅전문가들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의 결정적인 도움은 네팅이 아니라 네트워킹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광고회사 기획담당인 김대희씨(30)는 업무상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거미줄짜기 식’ 네트워킹을 해나간다.

“네트워킹의 필수조건은 서로 ‘윈―윈(Win―Win)’할만한 정보의 교류입니다. 사람을 만날 때는 그에게는 무슨 정보를 줄까 항상 생각하죠. 그사람도 내게 뭔가 줄만하다 싶으면 그때부턴 아낌없이 ‘투자’하는 겁니다.”

◇커리어 축적은 필수

▼스페셜리스트? 제너럴리스트?▼

미래의 사회에는 ‘포트폴리오 커리어링(Portfolio Careering)’이 주목받는다는 전망. ‘나는 전문가’임을 뒷받침할 만한 ‘나만의 파일―포트폴리오’가 필수라는 얘기다.

10, 20년 후를 내다보고 관심있는 분야에서 매체기고 홈페이지운영 등 각종 방법으로 남들의 인정을 받을 만한 커리어를 축적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헤드헌터업체인 유니코서치의 유순신상무는 “최고로 성공하기 위해선 스페셜리스트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많이 알면 알수록 몸값이 올라간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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