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암의 버저비터]‘준비된 감독’ 안준호

  • 입력 2005년 3월 21일 1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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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연속 6강에서 탈락했던 삼성을 4강으로 이끈 안준호 감독. 그를 보면 ‘고진감래’란 말이 떠오른다.

그는 프로 지도자로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98∼99시즌 SK 창단 감독으로 서장훈과 현주엽 같은 최고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뒤 이듬해에도 성적부진이 이어져 중도하차했다. 삼성 김동광 감독의 부름을 받고 코치로 2001년 첫 우승을 맛봤으나 재계약에 실패해 코칭스태프 가운데 혼자 팀을 떠나야 했다.

겸손한 스타일인 안 감독은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승리의 공은 선수에게, 패전의 책임은 감독에게’라는 말을 달고 다닌다. 이 때문에 그는 손해를 많이 봤다. 카리스마와 함께 벤치에서 늘 목소리를 높이는 감독들이 득세했던 풍토였기에 더욱 그랬다.

올 시즌 삼성은 연패에 허덕이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어 보였고 개성이 강한 선수들 사이에서 갈등설까지 증폭됐다. 이 위기를 안 감독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돌파했다.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있었다.

여자실업팀 코오롱 코치 시절 그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하와이에서 열리는 코치 클리닉에 참가했다. 또 야인 시절에는 자비를 털어 미국 농구 명문대학과 미국프로농구에서 연수하며 농구의 폭을 넓힌 그다. 나는 빈사 직전의 삼성을 4강까지 끌어올린 안 감독의 저력을 이 같은 노력의 결정체로 본다.

스포츠의 성공신화는 팬들을 감동시킨다. 안 감독의 경우처럼 길고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와 엮어낸 신화는 더욱 그렇다.

MBC해설위원 cowm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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