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암의 버저비터]감독님, 인상 좀 쓰시죠

  • 입력 2004년 12월 27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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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을 눈앞에 둔 정규리그는 TG삼보와 KTF의 양강 체제가 굳어지는 가운데 나머지 8개 팀은 서로 물고 물리는 혼전 중이다.

이중 굴지의 대기업인 LG 삼성 SK의 부진은 뜻밖이다. LG는 팀 창단 후 최다 타이인 9연패에 빠져 최하위로 추락했고 삼성은 공동 7위, SK는 공동 5위에 각각 머물러 있다. 이 세 팀은 호화 멤버의 주전에다 식스 맨도 풍부하다. 물론 용병 의존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에 팬과 농구 관계자들 모두 의

아해 하고 있다.

LG 박종천, 삼성 안준호, SK 이상윤 감독은 모두 유비 같은 덕장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안배해 불만을 잠재우려다 보니 교체 타이밍을 놓쳐 고전하는 경우가 잦은 것도 사실이다. SK 이 감독은 25일 라이벌 KTF전에서 패한 뒤 “조상현의 투입 시기를 놓친 게 패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난세에는 간웅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듯이 팀에는 악역을 맡는 리더가 필요하다. TG 전창진 감독은 인터넷 공간에 ‘너무 인상을 쓴다’는 지적이 나돌 만큼 선수들을 다그친다는 비난을 받는다. KTF는 온화한 성격의 추일승 감독을 대신해 게이브 미나케와 현주엽이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다. KCC 신선우 감독도 칼 같은 카리스마로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을 장악한다. 필자 역시 프로 첫 시즌 모비스에서 선수 13명 중 10명을 트레이드해서 많은 비난을 받았지만 플레이오프 진입에 성공한 적이 있다.

그렇다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춘 맹장’이나 ‘간교한 조조 같은 리더십’이 꼭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만큼 농구 감독이란 자리는 어렵다.

감독의 지휘 스타일을 꼼꼼하게 짚어보는 것도 농구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MBC해설위원 cowm5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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