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뷰]카탈루냐 뒤덮은 3개의 깃발… 목소리 커지는 “독립 반대”

동정민특파원 입력 2017-10-10 03:00수정 2017-12-0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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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민 파리 특파원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립에 찬성하는 비율은 40% 정도다. 1일 실시된 주민투표의 투표율도 43%였다. 그동안 카탈루냐 거리에서는 그 40%의 목소리만 들렸다. 이들은 500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긴 분리 독립 열망 역사를 앞세워 민족 감정을 자극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독립에 반대하거나 주저하는 60%가 처음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8일 마드리드에 이어 9일 카탈루냐의 중심 바르셀로나에 섰다.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는 단체인 ‘카탈루냐시민사회(SCC)’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 35만 명(자체 추산 95만 명)이 모였다. 스스로를 ‘침묵하는 카탈루냐인’이라고 말하는 이들은 독립 선언을 예고한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향해 “어리석은 짓을 그만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독립이 강행될 경우 가진 것을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히고 있다. 스페인의 가장 부유한 지역에서 누려 온 여유로운 삶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는 3개의 깃발이 동시에 나부꼈다. 카탈루냐 깃발과 스페인 깃발, 그리고 유럽연합(EU) 깃발이다. 카탈루냐가 독립을 선언하는 순간 스페인 시민권과 함께 EU 시민권도 함께 박탈되는 ‘카탈렉시트(Catalexit·카탈루냐의 EU 탈퇴)’의 악몽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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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진영에서는 “과연 EU가 회원국 중 15번째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카탈루냐를 뺄 수 있겠느냐”고 으름장을 놓지만 독립을 선언하는 지역은 자동적으로 EU 회원국에서 빠진다는 게 EU의 법적 해석이다. 카탈루냐와 스페인 중 선택을 해야 할 경우 EU는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장 독립이 현실화되면 EU 회원국은 자유롭게 통행이 가능한 솅겐 조약에서 제외돼 카탈루냐 국민들은 스페인과 EU 방문 때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건 유로존 탈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카탈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보다 더 나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서도 빠지기 때문에 관세 면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자체 통화인 파운드를 쓰고 있는 영국과 달리 유로화를 쓰고 있는 카탈루냐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급작스럽게 유럽중앙은행과 스페인 은행의 관리에서 떨어져 나올 경우 금융 시스템 붕괴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FT는 “중앙은행이라는 인프라나 자체 통화도 없는 나라가 독립을 결정하는 건 경제적 자살 행위”라고 말했다. 이미 1일 주민투표 이후 카탈루냐 지역의 가장 큰 은행 2곳이 본사를 마드리드로 옮겼다.

카탈루냐의 독립 여론이 크게 상승한 것은 부도 직전까지 추락한 스페인 경제와 달리 카탈루냐 지역이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글로벌 기업 투자가 몰리면서부터다. 이들은 “독립해도 잘살 수 있겠다. 왜 우리가 스페인 전체를 먹여 살리냐”는 심리가 있었다. 그러나 당장 독립이 현실화되고 기업들이 지난주 속속 카탈루냐를 떠나자 불안해졌다.

9일 시위 현장에 나온 훌리아나 프라트스 씨는 “이미 기업들이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있다. 지금까지 일궈온 것들을 잃고 싶지 않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자연스레 온건파가 힘을 얻고 있다. 친독립파였던 아르투르 마스 전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카탈루냐는 진정한 독립을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세금과 사법 시스템, 영토 문제에 대한 해법 없이는 진정한 독립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9일 의회를 소집해 토론을 거친 뒤 10일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이 의회 연설을 통해 독립을 선언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여론이 악화되면서 당장은 결론을 내리기 힘들 것이라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동정민 파리 특파원 ditto@donga.com
#카탈루냐#독립#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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