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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30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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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분단, 가난 속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일궈내고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던 한국은 97년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고도성장은 모래성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위기를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극복하며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회복했고 일본과 공동개최한 월드컵에서도 결코 일본에 뒤지지 않는 훌륭한 대회운영 능력과 시민의식을 발휘했다. 이를 통해 선진국 대열에 낄 수 있는 면모를 전 세계에 보여줬다.
국가위상이 한 차원 높아짐에 따라 이제는 그동안 소홀했던 대외이미지를 높이는 데 더욱 힘써야 할 때가 됐다.
먼저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40년 동안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며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다른 개발도상국가로부터 많은 부러움을 샀다.
한국 경제는 이제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교역규모 11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눈부신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동안 못사는 나라에 대한 지원에 매우 인색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은 국민소득의 평균 0.2%, 최소한 0.1%를 개도국에 대한 경제원조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다른 회원국의 절반도 안 되는 0.05%에 불과하다.
한국은 ‘부자가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면 주민들로부터 호감과 존경을 받는다’는 전통을 갖고 있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경제력에 상응하는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우리도 6·25전쟁 이후 50년대는 물론 개발연대 초기인 60년대까지 20년 동안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경제적 원조를 받지 않았던가.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내수시장이 좁아 대외교역을 통해 경제를 발전시켰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개도국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개도국에 대한 경제원조는 비용이 아니라 수출시장 개척과 증대를 위한 투자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약 27만명의 개도국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라는 멍에 때문에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고 있다. 이들이 부당한 대접을 받는다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되고 이는 대외이미지 실추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이 비인격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나아가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줌으로써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에서 개인의 행동이 국가이미지와 직결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월드컵 기간 중 보여준 선진시민의 자부심을 갖고 품위 있게 행동해야 한다.
국가와 개개인이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결과는 우호적인 교역환경과 코리아브랜드 가치상승이 될 것이다.
세계화 물결 속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월드컵 4강 진출로 한층 높아진 국가의 명성을 더욱 향상시키기는 데 모든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영회 수출입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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