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김영봉/벼락치기 遷都의 난센스

  • 입력 2004년 7월 1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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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은 독특한 계산법을 가졌다. 예컨대 댐을 건설한다면 수천명보다는 수만명이 동원되고 몇 달보다는 몇 년이 걸려야 성공한 사업이 된다. 모든 사업은 공산주의 정치운동의 한 과정이기 때문에 그 물질적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사회주의 공화국의 결실을 보여주는 이 위대한 사업에 더 많은 인민을 참여시켜 의식화하는 것, 곧 ‘규범적 가치’를 경제적 계산을 압도하는 절대 가치로 본 것이다.

참여정부는 지금 거창한 규모의 국가균형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부(三府)를 수용할 신수도, 20여개의 위성도시 건설과 함께 공공기관의 수도권 소개(疎開)가 단숨에 이루어질 계획이다. 수도권 입지가 불가피함을 입증하지 못하는 모든 공공기관은 올해 하반기까지 지방 배치가 확정돼 2012년까지 이전한다. 이렇게 해서 “참여정부 상생정책을 살리고 수도와 지방의 경쟁력을 증진해 동북아 중심 국가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합리성 주장 설득력없어▼

지방 개발이건, 세력 교체이건 정권이 겨냥하는 규범적 목표는 이로써 충실히 수행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동북아 중심 국가나 국가경쟁력까지 선전해서는 안 된다. 이 방대한 국토재배치사업을 전광석화로 처리하며 경제적 합리성을 운위하는 것은 그 자체가 난센스다. 실제 대통령이 이 사업에 나라의 명운을 걸겠다고 다짐한 순간 모든 세속적 투자기준은 무의미해졌다고 할 수 있다.

온 나라가 들끓는 수도이전은 접어두고 지엽적 문제부터 짚어보자.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진실로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 것인가. 정말 그렇다면 우리는 이 정부의 경도된 이념성향보다 그 단선적 사고체계를 더 걱정해야 할지 모른다. 지방 발전의 ‘정치적 명제’가 너무 중대해 강변한 것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솔직한 의도를 털어놓고 정면 돌파를 감행함이 정직한 정부의 태도다.

오늘날 전국의 시도는 서울에서 떨어질 공공기관 줍기에 분주하다. 정부는 이들이 인프라 클러스터 계획을 준비하고, 공공기관들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는 것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때가 지나면 유치할 기관도 없다. 지자체가 번갯불에 콩 볶듯 차리는 잔칫상에서 허장(虛張), 위장(僞裝)을 가릴 바가 있겠는가. 떠나야 할 기관들은 오십보백보이니 그저 수도권에서 가까운 위치나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역별 강제배분방식’을 고집한다고 하니 저마다 속이고 속는 판국 아닌가.

정부는 그 많은 공사, 공단, 연구원, 진흥원이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경제사회조직은 각자 고유한 목적, 능력과 기능을 갖기에 주체적 의사결정체로 존재한다. 오직 스스로의 결정에 책임을 질 때 창의력과 경쟁력이 길러지며 공적 조직이라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중앙당국이 이 많은 경제기관의 적성과 필요를 모두 파악할 도리가 없기 때문에 중앙집권계획체제를 고집하던 공산권 세계가 도태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들의 독립적 기능을 무시하고 그저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제물로 그 쓰임새를 다하려 한다. 이사까지 정부 뜻대로 가야 하는 공기업은 오늘날 직업 안정성과 이완된 작업강도 덕분에 취업 준비자들의 선호 1순위가 된다고 한다. 이런 도덕적 해이는 어디에서 유래하고 이에 국가경쟁력은 어떻게 영향받으리라 보는가. 연구소에는 연구인력이 전부인데 지금 국책연구소 인력들은 장래가 불안해 좌불안석이라고 한다. 도대체 지방 소재 연구소에 일급 두뇌가 얼마나 따라갈 것이며, 따라간다 해도 이중거주 마련과 기러기가족 생활에 골몰하느라 연구에 정진할 수 있겠는가. 그 연구인력도 현지 지방대 출신으로 대체함이 정권의 목적인가.

▼公기업 이사 가라면 가야 하나▼

미국의 인디애나만한 이 세계적 인구밀집국에서 도시를 분산해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상은 마치 고깃값 안정시키려 천리마를 푸줏간에 내놓는 격이다. 원래 공(公)자 붙은 조직들은 당국에 변명 한마디 못하는 약한 존재다. 그러나 이런 처지까지 몰려도 말 못하는 신세라면 무슨 면목으로 국가자원을 축내며 존재하는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책임은 정부보다 오히려 이들에게 묻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

김영봉 객원논설위원·중앙대 교수·경제학 kimyb@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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