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38년 듀폰, 나일론 칫솔 시판

  • 입력 2007년 2월 24일 03시 00분


‘칫솔이 자동차를 이겼다!’

2003년 1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미국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발명품’ 순위를 발표했다. 자동차, PC,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칫솔 등 5개 품목을 놓고 성인 1042명과 10대 400명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품목’을 고르도록 한 것.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단연 1위는 칫솔. 성인의 42%, 10대의 34%가 생필품 1위로 칫솔을 꼽았다. 그 다음은 자동차, PC, 휴대전화, 전자레인지 순이었다. 당시 CNN은 이렇게 보도했다.

‘반짝이는 치아와 박하향 숨결에 사로잡힌 미국이 보잘것없었던 칫솔을 발명품의 왕으로 선택했다.’

자동차와 PC, 휴대전화가 기술혁명의 대명사처럼 된 지 오래다. 칫솔은? 고개를 갸우뚱할지 모르겠지만 칫솔에도 수천 년간 이어져 온 기술혁신의 궤적이 숨어 있다.

미국 국회도서관 사이트는 ‘칫솔(toothbrush)’을 이렇게 소개한다.

‘칫솔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존재했다. 고대인들은 얇은 나뭇가지를 썼다. 요즘처럼 솔이 있는 형태는 1498년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에서는 뻣뻣한 돼지털을 동물의 뼈 또는 대나무에 붙여 사용했다.’

돼지털 칫솔은 비싸서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는 한 개를 갖고 가족 모두가 사용할 정도였다. 잘 마르지 않아 세균이 번식하는 문제도 있었다. 그래도 쓸 수밖에 없었다. 별다른 대체품이 없었으니까.

1938년 2월 24일은 칫솔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날이다. 다국적 화학기업인 듀폰이 나일론 솔이 달린 칫솔을 개발해 내놓은 것. 신제품의 이름은 ‘웨스트 박사의 기적의 솔’이었다. 듀폰은 광고에 열을 올렸다.

‘동물 털의 문제를 영원히 끝낼 수 있습니다.’

신제품은 돼지털 칫솔과는 확실히 달랐다. 솔이 잘 빠지지도 않고 몇 번을 써도 칫솔모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박테리아가 번식할 걱정도 덜었다. 게다가 수명까지 길었다. 솔이 너무 뻣뻣해 잇몸을 다치게 하는 것이 흠이었지만.

칫솔의 기술혁신은 더뎠지만 꾸준했다.

교환 시기를 알려 주는 칫솔, 인체 공학적 디자인을 적용한 칫솔 등 계속해서 신제품이 나왔다. 전동 칫솔과 초음파 칫솔이 나온 지도 꽤 됐다. ‘기적의 솔’은 앞으로 또 어떤 ‘기적’을 보여 줄까.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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