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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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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연하장을 보낼 때마다 우표 옆에 크리스마스실을 붙이곤 했다. 모양이 예쁘기도 했지만 착한 일을 했다는 걸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한국에 크리스마스실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2년 12월. 밀려드는 결핵환자들을 돌보던 캐나다 출신의 선교 의사 셔우드 홀이 결핵퇴치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을 팔기 시작했다. 1904년 12월 덴마크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실이 발행된 지 28년 만이었다.
1953년 창립된 대한결핵협회가 실을 발행하면서 실 구입은 범국민적인 결핵퇴치성금 모금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결핵이 인류를 괴롭히기 시작한 것은 까마득히 먼 선사시대부터.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석기시대의 인골에서도 척추결핵의 흔적이 발견됐다. 고대 이집트의 미라에도 폐결핵의 흔적이 남아 있다.
결핵은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전염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원인균이 무엇인지는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다. 독일의 세균학자 하인리히 헤르만 로베르트 코흐 박사가 결핵균을 발견했다고 발표한 1882년 3월 24일까지는 결핵이 유전병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이후 여러 종류의 결핵치료제와 치료요법이 개발됐고 사망률은 현저하게 낮아졌다. 하지만 지금도 매년 200여만 명이 결핵으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환경이 열악한 아프리카와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결핵이 치명적인 위협이다. 에이즈 환자의 30% 이상이 면역체계의 파괴로 결핵에 걸린다는 통계도 있다.
다행히 한국은 정부의 강력한 예방정책과 위생 환경의 개선으로 결핵의 공포에서 한 발 비켜나게 됐지만 여전히 결핵은 우리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1970년대까지 해마다 10만 명 이상 발생하던 결핵환자가 이제는 3만 명 정도로 줄긴 했지만 이 또한 적지 않은 수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003년부터 결핵환자가 조금씩 늘고 있다. 결핵에 대한 인식 부족과 이로 인한 방심, 저소득층의 열악한 환경 등이 원인이다. 결핵균의 정체가 드러난 지 124년이 되는 오늘은 세계 결핵의 날이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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