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메뉴판에 음식사진 실어주길"

  • 입력 2002년 2월 19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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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토머스 바넬(30)의 휴대용 개인정보단말기(PDA)에는 ‘2002년 6월4일’이란 글자가 저장돼 있다. 한일월드컵 D조 1차전 한국 대 폴란드 경기가 부산에서 열리는 날이다. 어디 있더라도 잊지 않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서 저장해 놓은 것이다.

“지난해부터 폴란드 선수들의 기량이 부쩍 늘었어요. 폴란드가 16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오르긴 했지만 1970년대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돌풍을 일으킨 저력이 있죠. 특히 폴란드 골키퍼 예르지 두데크가 든든해요. 한국에는 미안한 얘기지만 우리 폴란드가 이길 것 같네요.”

바넬씨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98년 폴란드 대우자동차에 입사하면서부터. 입사 후 곧바로 한국에 파견돼 약 2년간 일하다 귀국한 뒤 2000년 9월 다시 회사 연수생으로 한국에 와 경기 수원의 아주대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공부해 22일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주대에서 가까운 수원경기장의 건축과정을 죽 지켜봤기 때문에 월드컵에 대한 그의 기대는 남다르다.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데다 아주대에 가깝게 위치한 수원 월드컵경기장의 건축 과정을 죽 지켜봐 왔기 때문에 월드컵에 대한 그의 기대는 남다르다.

지난해 이곳에서 열린 한국과 호주의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도 관전한 그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경기 진행을 돕는 것이 퍽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길 안내 등 간단한 의사 소통은 외국어 실력이 부족해도 외국인에 대한 열린 마음만 있으면 가능할 겁니다. 최근 식당 메뉴판에 외국어를 함께 표기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국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을 위해 음식 사진도 함께 실어주면 훨씬 도움이 될 거예요.”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그는 교통체증, 공해, 소음 등을 꼽았다. 또 월드컵 손님맞이를 위해서는 한국인이 세계시민으로서의 자세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서양사람만 보면 미국인으로 생각해 버려요. 전 세계에는 미국말고도 얼마나 많은 나라가 있는데요. 월드컵 개최국 시민으로서 가져야 할 글로벌 마인드의 출발점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아닐까요.”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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