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이경주]車보험료 할인경쟁 득보다 실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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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이 보편화된 오늘날 자동차보험은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접하는 보험종목이다. 최근 할인할증제도 변경, 차량모델별 요율 차등화 제도 도입, 요율 인상 등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변화에 어리둥절해하는 고객들이 있는 것 같다.

요율제도 변경과 보험료 인상은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요율제도 변경은 원칙적으로 총수입 보험료를 고정시킨 상태에서 가입자 간 부담을 합리화하기 위한 조치로, 더 내는 집단이 있는 만큼 덜 내는 집단이 있도록 설계됐다.

보험료 인상 이유는 누적적자가 막대하고 현행 요율로는 개선이 안 된다는 데 있다. 1983년 자동차보험 다원화 이후 업계 전체의 누적적자는 6조 원에 가깝다.

원인에는 경영 비효율성이나 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가 포함될 수 있다. 관련 물가 상승, 높은 사고율 등 구조적 인상 요인을 제때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가격자유화 이후 일부 사업자의 저가 전략이 시장 전체에 압력으로 작용하고, 보험료에 민감한 여론이 감독당국의 운신 폭을 제한한 일이 영향을 줬다.

소비자는 보험료 인상이 당장 금전적 부담을 증가시키므로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보험료의 의미 내지는 역할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보험업은 장기신용사업으로 주된 생산원가(보험금)를 사전에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한다.

한편 보험이 제공하는 마음의 평안은 무형적이라서 보험료와 비교해 크기를 측정하기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험료가 과다하지 않은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고, 보험료를 적게 내야만 유리하다고 인식할 수 있다.

보험료는 미래의 생산원가이다. 보험료가 적을수록 단기적으로는 보험금 지급능력,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소지가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는 경쟁 때문에 가격할인 유혹에 빠질 수 있고, 소비자는 적은 보험료를 요구하는 상품에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본래 취지를 살리고 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 보험사업자는 적정 수준의 보험료를 책정할 의무가 있다. 소비자는 무모한 가격 경쟁을 하는 사업자를 가려내는 눈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경주 홍익대 교수·보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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