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사람들]'청소년 지킴이'   청예단 안병택 간사

  • 입력 2001년 2월 9일 16시 44분


"개인적인 이야기 말고 사회복지단체에서 정보화사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벌이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만 써주세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기자한테 대뜸 하는 소리다. 약간은 당돌하게 비칠 수 있는 제의를 스스럼없이 한 사람은 바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안병택 간사.

청예단은 김종기 이사장이 지난 1995년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16살의 나이에 자살을 선택한 외아들을 기리며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NGO다.

그는 이곳에서 청예단의 '온라인 예방재단'이라 할 수 있는 지킴넷(http://www.jikim.net)사이트 운영 및 정보사업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사회복지단체와 정보화사업. 선입견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단어는 아구가 안맞는 느낌이다.

"현재 사회복지단체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인터넷 정보화사업에 많이 뒤쳐져 있는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사회복지단체 활동에 정보화는 꼭 필요하다는 것이 안간사의 생각이다.

안간사는 가깝게는 온라인 후원제 정착에서 더 나아가서는 온라인 청소년 상담·청소년폭력 예방 및 방지 특별법제정을 위한 온라인 입법운동 등 정보화를 이룸으로써 할 수 있는 청소년보호활동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고 말한다.

"외국 사회복지단체 사이트를 보면 온라인 후원제가 정착돼 있는 등 우리보다 정보화에 한발 앞서나가 있어요."

하지만 그는 아직 우리나라에선 단체가 정보화사업에 매진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고충을 털어놓는다.

"저희 단체만 해도 제가 온라인 쪽을 전담하고 있긴 하지만 워낙 인력이 부족한 탓에 이쪽 업무에만 매달릴 시간이 없어요."

기술적인 면에서도 많이 부족하고 무엇보다도 돈이 크게 드는 사업이란 것도 문제란다.

"인터넷을 통해 좀 더 앞선 ngo활동을 펼치기 위해 시민들의 후원이 줄을 이었으면 하는게 제 바램이에요."

그렇다면 그가 실현하고픈 단체사이트는 어떤 것일까.

"청소년들이 와서 놀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어요."

청소년들이 온라인으로 상담도 받고 풍부한 컨텐츠를 맘껏 즐기면서 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것이 안간사의 야심찬 계획이다.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지 않게 하기위해 그는 작은 노력들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바쁜 단체활동 가운데서도 틈틈히 국내외 복지단체 사이트들을 드나들며 끊임없이 모니터하고 있는것.

"아직 저희 지킴넷에는 온라인게시판 상담외에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당장은 힘들지만 차차 보강해야죠. 지킴넷이 청소년 '지킴이'로써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요."

인터뷰하는 동안 내내 사회복지사업에서 정보화의 필요성과 포부에 대해 쉬지않고 얘기한 안간사.

내심 그의 속내가 궁금해 요리조리 찔러보았지만 별로 입을 열고 싶지 않은 눈치다.

그런데 인터뷰 말미쯤에 대뜸 그가 말을 던진다.

"저 4월에 결혼해요."

이때다 싶어 이것저것 물어보니 뜻하지 않게 많은 사연이 흘러나온다.

"결혼할 사람은 지금 피아노 선생님이에요.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교회에서 만나 사귀었으니까 9년 됐네요. 싸운 적도 많았지만 별탈없이 지내왔어요."

여자친구가 얼굴도 마음씨도 예쁘다며 자랑이 대단하다.

"부족하지만 제 능력을 계속 사회복지단체에서 펼쳐보이고 싶어요. 돈보다는 하는 일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니까요."

잔잔한 여운을 남긴 그의 마지막 말까지 들은 후 일어서려는데 그가 황급히 불러 앉힌다.

"칠만의 친구요!"

"네?"

"70000의 79라구요."

알고보니 청예단 후원전화번호가 '700-0079'란다.

기사 뒤에 꼭 전화번호를 넣어달라는 부탁이다.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청예단 문을 나서는데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가는 곳마다 '칠만의 친구'를 외치고 다닐 그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희정/동아닷컴기자 huib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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