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는 자연 정화능력이 뛰어나 「자연의 콩팥」이라고 불린다.
습지에 사는 수많은 동식물과 미생물은 육지에서 흘러온 토사와 부유물질을 거르고 각종 중금속과 유해화학물질을 무해한 형태로 바꿔주며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질소와 인을 먹어치운다.
연안습지인 갯벌 1㎢는 하루에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1백PPM인 시궁창물을 2만1천7백t이나 처리할 수 있다. 습지는 물을 가둬놓았다가 가물때 서서히 내보냄으로써 홍수나 가뭄 같은 자연재해도 예방한다.
또 수중과 육상의 생태계를 잇는 생태계의 보물창고로서 그 가치가 산림지역의 20배, 바다의 10배나 된다.
철새 도래지로 이동중인 철새에게는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호주 남동부에서 겨울을 지낸 도요새는 중국 양쯔(揚子)강까지 이동하면서 2백70g이던 몸무게가 절반 이하인 1백20g으로 줄어든다. 8천㎞가 넘는 이 고된 여행을 지탱해주는 것은 강화 인근 갯벌 등 동북아의 습지다.
「네이처」지(誌) 최근호에 따르면 내륙습지인 늪의 경제적 가치는 1㏊당 연간 1만4천7백85달러(1천3백여만원), 갯벌의 경우 9천9백90달러(8백99만여원)에 달한다.
세계 각국은 이같은 중요한 습지가 사라지는 것을 막기위해 지난 71년 2월 이란 람사에서 「람사협약」을 채택했다. 현재 미국 영국 독일 등 97개국이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3월 98번째로 가입했다. 람사협약에는 8백68개 습지가 등록돼있고 대암산 용늪은 우리나라 습지로는 처음으로 지난 7월 등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갯벌은 국토면적의 3%정도인 2천8백15㎢, 늪은 용늪 무제치늪 우포늪 등 모두 1백11㎢가 있으나 보전노력이 부족해 면적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임시국회때 습지보전법을 마련해 상정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