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산책]박제균/보물서 애물된 모래주머니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31분


박제균 파리특파원
박제균 파리특파원
독일에서 1∼2주 전만 해도 없어서 안달이던 모래주머니가 애물단지로 둔갑했다.

지난달 ‘100년 만의 대홍수’ 당시 독일 당국과 민간은 무려 4000만개나 되는 모래주머니를 급하게 만들었다. 이 수방용 모래주머니가 톡톡히 ‘효자’ 노릇을 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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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달 말부터 물이 빠지자 개당 20∼30㎏이나 나가는 엄청난 분량의 모래주머니 처리 방안을 두고 독일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의 모래주머니가 오염돼 악취를 풍기고 있기 때문.

독일 위생 당국은 모래주머니가 수해 이후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마그데부르크시 도시위생국 도리스 쾨니히 대변인은 “일단 젖은 모래주머니는 쓰레기 매립지로 보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폐기되는 모래주머니가 워낙 많아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염되지 않은 모래는 건설현장으로 보내지거나 미끄럼 방지용으로 비축된다. 준비에 철저한 독일인답게 모래를 비운 주머니를 깨끗이 씻고 말려 장래의 수해에 대비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 소방대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모래주머니를 손쉽게 처리하고 있다. 수해와 싸운 군인 소방대원 자원봉사자 등에게 ‘훗날 손자에게 2002년 대홍수 당시 할아버지의 활약상을 얘기할 때 쓰라’며 개당 5유로(약 5800원)에 팔고 있다는 것.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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