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Metro]뉴욕 불우이웃돕기 오토바이행진 눈길

  • 입력 2000년 7월 10일 18시 35분


해마다 이맘때면 뉴욕시내 한복판에서 오토바이 수천대가 굉음을 내며 행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검은색 선글라스와 가죽조끼, 거칠게 난 턱수염과 문신으로 치장하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몰면서 뉴욕시내를 행진하는 사람들. 바로 뉴욕시의 전현직 경찰관들로 구성된 오토바이 클럽이다.

‘와일드 피그스’와 ‘블루 나이츠’의 회원인 이들이 도심에서 오토바이 행진을 하는 이유는 두가지. 여가를 즐기면서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들이 “단순히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뉴욕시를 중심으로 14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와일드 피그스는 다음달 중 뉴욕 웨스트체스터에 사는 한 소년을 위해 파티를 열 계획이다. 지난해 박테리아성 질병으로 양손과 다리를 절단한 닉 스프링거(15)를 위로하며 용기를 북돋워주기 위해서다.

또 미 전역의 전현직 경찰관과 소방수 1만1600여명으로 이루어진 블루 나이츠도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을 돕는 일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달 말 오토바이 행진을 하면서 뉴욕시를 방문하기도 했던 이 클럽이 91년부터 빈곤가정을 위해 기부한 금액만도 300만달러에 이른다.

자연을 벗삼아 오토바이 여행을 하는 게 ‘최고의 낙’이라는 두 클럽의 회원들에게도 걱정거리가 있다. 은밀히 마약거래를 한다는 등 범죄에 연루됐다는 추문이 꼬리를 잇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클럽은 “탈법을 하는 회원은 즉각 제명시키는 등 내부 규율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전현직 경찰관이라고 해도 주경계선을 넘어가면 다른 경찰관에게 검문을 당할 때가 많다.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는데도 요란한 차림새를 하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쉽게 의심을 받기 때문.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도 경찰이에요.” 와일드 피그스의 한 회원이 검문 경찰을 만날 때마다 건네는 말이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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