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브루스 스털링/올림픽은 인체공학 경연장

입력 2000-09-19 19:14수정 2009-09-22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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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경기 선수들은 고대 그리스이래 신체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간주되어 왔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잘 생기고 용감한 선수들은 서로에게 창을 던지는 대신 운동장에서 경기를 벌이곤 했다. 승자는 월계관을 쓰고 군중들의 어깨에 태워져 행진을 했다.

그러나 이 인류 제전에도 주름살이 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갈수록 올림픽 게임은 방대해져갔다. 과거에는 선수들을 숲속에서 과일 따듯 초원에서 뛰놀던 전사 중에서 뽑았으나 이제는 유전자 변형으로 맛있고 먹음직한 과일(선수를)을 만들어 내는 시대가 되었다.

현재 선수들이 이루어내는 각종 기록은 고대 그리스인이나 보통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성장 호르몬 주입 등 도핑 스캔들이 반복되고 있으나 이는 생의학기술의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 신체의 기능을 초인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신체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앞서야한다. 단백질의 질과 양에서부터 뼈와 근육에 대한 정보까지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말하자면 신체에 대한 하드웨어와 함께 소프트웨어를 충분히 이해해야 그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간의 뼈가 티타늄처럼 강하고 탄력 있어 로보캅처럼 행동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괴물들이 아니다. 인간이면서, 신체적 능력은 인간 보다 뛰어난 ‘슈퍼 인간’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 관계자들은 별것 아닌 일에 애써 매달리고 있다. 성장 호르몬 주입을 ‘무기협정을 어기고 전력을 증가시키는 국제적 사기’와 마찬가지로 ‘불법’으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람의 신체는 미묘하고 기능은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다 깊은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 만일 신체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파악된다면 약물복용 문제는 사소한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팔의 이두박근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매일 트레이닝 후 핵자기 공명기로 팔 근육을 주사(走査)하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 경우 불법도 아니고 테스트에 걸리지도 않는다. 케냐의 한 경쟁 선수가 매일 팔굽혀펴기로 근육을 단련한들 이같은 선수를 당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의 신체발달 경향은 운동선수들을 보면 자명해진다. 엄청난 힘을 필요로 하는 일부 경기선수를 제외하고는 늘씬한 신장에 근육질의 몸매가 경기장마다 앞도하고 있다. 여성 보디빌더들도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근육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여성 모델들의 몸매와 1940년대 해변가의 포동포동한 여성들의 몸매를 비교해보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갈수록날씬하고 탄탄한 몸매, 쭉 뻗은 다리를 선호할 것이 분명하다.

올림픽 경기장은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의 신체에 대한 패션쇼 장이다. 선수들은 신체에 관한 한 우리에게 앞서 하나의 사회적 의식 속에 미래상을 향하여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들이 속력을 늦추면 이를 간절히 바라는 사회가 다른 분출구를 찾을 것이다. 선수들은 전통적인 방법에 따라 신체단련에 충실할지도 모르나 그런 선수들은 앞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골동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신체기능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는 가공할만한 생의학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http://www.nytimes.com/2000/09/16/opinion/16STER.html)

브루스 스털링<미래학 전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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