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누구를 위한 감세案인가

  • 입력 2001년 3월 19일 19시 04분


어느 건축업자가 집을 개조하려는 사람과 공사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집주인은 계약서 서식이 너무 복잡해 공사할 부분을 잘못 표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집주인은 원래 비가 새는 지붕을 고치길 바랐으나 건축업자는 계약서 대로 화장실 개조가 먼저라고 주장했다.

공사비용도 문제였다. 계약 당시 건축업자는 1만달러면 충분하다고 말했으나 지금은 2만5000달러로 불어났다. 공사장 인부가 지붕까지 고쳐주겠다며 ‘개인적’인 보증을 했으나 이는 공사장 인부의 책임을 넘어서는 일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선거유세에서 1조달러 규모의 감세(減稅)를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세안의 ‘실질적인 예산비용’까지 계산하면 2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들은 또 감세안 가운데 ‘대체 최저한세(AMT)’가 핵심 이슈이며 이로 인해 비용은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달 초 초당파적인 의회기구인 ‘합동세금위원회’는 감세안으로 국고수입이 10년간 2조2000억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며 특히 AMT에 대한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AMT는 생소한 개념이다. 처음 AMT는 부자들의 탈세방지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결과적으로 세금공제 혜택만 늘려주었다. 현재 AMT의 적용을 받는 사람은 납세자의 1.5%에 불과하지만 감세안이 실시되면 납세자의 3분의 1정도로 확대된다고 위원회는 전망했다. 이럴 경우 감세안에 따른 비용은 30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까지가 ‘1조달러’가 ‘2조5000억달러’로 늘어나는 과정이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사회보장이나 의료보험 수입을 이용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등 다른 업무를 시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가 감세안의 근거로 제시하는 재정흑자의 상당 부분이 사회보장 의료보험 부문의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미 톰슨 보건장관은 베이비붐 세대를 위해 축적된 의료보험 수입이 다른 곳에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개인적’인 보증을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이 돈을 ‘긴급 비상 자금’에 포함시키고 있다. 톰슨 장관 역시 이 문제는 자신이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시 대통령이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감세를 원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는 앞으로 10년간 감세를 한다고 해서 현재의 소비가 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는 또 다시 수천억달러의 예산을 증가시킬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처음부터 자신의 감세안이 국가 예산에 미칠 충격에 대해 국민을 오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감세로 인해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건축업자는 처음부터 집주인을 교묘하게 속여왔다. 만약 이 문제에 대해 아무런 비난도 받지 않는다면 그는 결코 자신의 비즈니스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정리〓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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