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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살아보니]애덤 터너/˝여유로운 휴가 경험한 적…˝

입력 2002-11-29 18:09업데이트 2009-09-17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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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과 함께 겨울 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1997년부터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필자는 다른 캐나다 친구와 함께 한국의 휴가문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우리 두 사람은 한국인들이 휴가를 휴가처럼 보내지 못하는 국민 중 하나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전통적인 휴가 중 하나인 추석이나 설날만 해도 그렇다. 한국의 부인들은 음식 장만하느라 쉬지 못한다. 더구나 갖가지 음식을 차리는 이유가 음식이 귀하던 옛날의 ‘명절만이라도 배불리 먹어야 한다’는 전통 때문이라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한국은 옛날의 한국이 아니지 않은가.

학생들의 방학 역시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캐나다나 미국은 여름방학은 길고 겨울방학은 짧다. 특히 4월 말부터 9월 초까지 근 4개월이나 되는 여름방학은 학생들에게 매우 특별한 기간이다. 이 기간에 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한다. 필자는 지방의 아름다운 공원에서 나무 가꾸는 일을 했었다. 돌이켜보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경험은 내게 재정적 도움뿐 아니라 사회활동을 익히고 독립심을 키우게 한 값진 것이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기나긴 겨울방학 동안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보낸다. 평소처럼 학교도서관에 다니거나 토익책을 들고 다니며 영어공부나 하는 정도다. 이것은 진정한 방학도, 휴식을 통한 재충전도 될 수 없다.

또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한국인들의 휴가시즌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가 하는 것이다. 6월 역사적인 한일 월드컵에서 서울시청 앞에 모인 수많은 시민들을 보다 문득 여름철 여행지마다 넘쳐나는 관광객들이 생각났다.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을 늘린다면 한국인들의 여름휴가는 훨씬 여유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유럽인들이 매년 5, 6주 이상의 휴가를 갖는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태국에 여행을 간 일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인들이었고 한국인이나 미국인은 만날 수 없었다.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휴가가 짧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 갔을 때 필자는 국가별로 휴가문화의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었다. 많은 아시아인들은 휴가를 쉬고 즐기는 데가 아니라 유명한 장소에서 사진 찍는 데 바치고 있었다.

한국인들은 더 많이, 더 오래 일을 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는 예전의 대량생산 경제 체제에서는 통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은 사정이 다르다. 제대로 쉬어야 생산성이 향상되고 일에서의 창조성과 적응력도 높아진다. 진정한 휴가는 단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일의 생산성도 높이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싸우는 운전자들, 지하철에서 피곤해 졸고 있는 사람들, 서울 어디서나 웃음을 잃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의 눈부신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도 한국인들에게는 이제 좀 더 질 높은 휴식과 즐거운 여행이 필요한 게 아닐까.

▽애덤 터너는 누구?▽

1969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태어났다. 맥길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빅토리아대에서 ‘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사’ 과정을 이수했다. 99년부터 한양대 국제어학원 전임강사로 일하고 있다.

애덤 터너 한양대 국제어학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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