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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손톱밑 가시’를 뽑자]“쌈무 만들고 난 깨끗한 자투리… 年 3억 들여 폐기해야 합니까”

입력 2013-02-25 03:00업데이트 2013-02-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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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무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도 깨끗한 무입니다. 밭에 뿌리면 비료나 다름없는데 이게 쓰레기라니요. 부산물 처리비로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인 3억 원을 지출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입니다.”

세종시 조치원읍 일미농수산의 오영철 회장은 18일 쌈무 제조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흘러가는 ‘무 쓰레기’를 집어 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고기를 싸 먹는 쌈무와 단무지를 만드는 일미농수산의 직원들은 무 다듬기에 한창이었다. 깨끗이 씻은 무를 기계에 올린 뒤 칼날을 얹자 무 껍질이 깎여 나갔다. 다음 사람은 무의 양쪽 끝을 잘라 냈다. 다시 무를 기계에 넣자 1.5mm 두께로 썰려 나왔다.

이런 방식으로 쌈무를 완성하는데 무의 40%가량은 부산물로 나온다. 소금에 절여 2, 3개월 숙성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단무지의 경우 무의 약 20%가 부산물이다.

오 회장은 “무의 부산물은 제품으로 만들 수 없을 뿐이지 얼마든지 재활용할 수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분이 없는 쌈무 부산물은 곧바로 비료로 쓸 수 있고, 소금기가 들어간 단무지 부산물은 사료로 가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도 부산물 대부분을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비용도 문제이지만 자원 낭비도 심각하다”라고 하소연했다.
▼ 日은 유용한 식품 폐기물 재활용 허용 ▼

하루 평균 300kg 이상 폐기물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현행 폐기물관리법 및 시행령에 따라 특별 관리 대상으로 정해져 지정업체만 폐기물을 수집·운반·처리할 수 있다. 부산물이 많이 나오는 무 가공업체나 김치업체, 두부업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미농수산은 하루 평균 10t, 소풍이나 나들이가 많은 성수기엔 하루 15∼20t의 부산물을 배출한다.

현행법상 부산물을 비료나 사료로 만들 경우 재활용할 수 있지만 부산물을 받아 줄 사료업체나 비료업체를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렇다고 자체적으로 사료나 비료로 만드는 것은 더욱 힘들다.

그래서 일미농수산은 무 부산물의 대부분을 폐기물 처리업체에 kg당 90원을 주고 처리한다. 오 회장은 “지난해 부산물을 버리는 데만 3억 원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 회사 작년 영업이익(약 6억 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쓰레기 처리비도 2년 새 50%나 올랐다. 2년 전만 해도 일미농수산은 kg당 60원을 주고 무 부산물을 버렸다. 그러나 지난해 충북 청원군 쓰레기매립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전북 군산시 매립장으로 옮긴 데다 유가(油價)도 올라 처리비가 kg당 85원으로 뛰었다. 올해 들어서는 또 90원으로 올랐다. 군산 매립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포항까지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물 파쇄기가 있는 일미농수산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파쇄기로 수분을 줄이면 부산물 무게를 약 40%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파쇄기 한 대 가격이 4000만∼5500만 원이어서 영세 업체는 장만하기가 쉽지 않다. 오 회장은 “정부나 민간단체가 농가나 사료, 비료업체와 연결해 주면 부산물을 재활용하고, 업체도 비용을 줄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옴부즈만실에 따르면 일본은 우리와 사정이 사뭇 다르다. 일본은 ‘식품 폐기물 중 유용한 것’을 ‘식품순환자원’으로 정의하고 식품업체와 사료, 비료 업체들이 폐기물 재활용 계획을 제출하면 규제를 완화해 준다. 2007년 일본에서 발생한 식품 부산물 1134만 t 가운데 43%가 사료 또는 비료로 재활용됐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사료 자급률을 38%(2008년 현재 26%)로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친환경 사료 정책을 펴고 있다. 민간단체를 통해 식품업체와 축산농가를 연결해 주고 업체에 자금도 지원하는 식이다. 2009년에는 친환경 사료 인증제를 만들기도 했다.

세종=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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