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교과서로 배웁시다]승수효과와 구축효과

  • 입력 2009년 4월 15일 03시 05분


승수효과 정부지출 확대로 고용-생산 쑥쑥… 긍정적 영향

구축효과 늘어난 지출에 이자율 상승… 민간 투자-소비위축 불러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년 말까지 5조 달러에 이르는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국채 매입에 3000억 달러를 쏟아 붓기로 결정하는 등 유동성을 확대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때의

두 배가 넘는 2조9000억 원 규모로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국들과 공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항상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를 위해 막대한 규모의 통화를 찍어내면 인플레이션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유럽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내는 데 반기를 들고 있다. 또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이자율이 상승해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해칠 수 있다.

다음 글을 읽어보면 경기 안정을 위한 재정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이해할 수 있다.》

내용:정부 지출이나 조세를 정책의 수단으로 하는 경제정책을 재정정책이라고 한다. 정부는 경제가 침체돼 있을 때에는 정부 지출을 늘리거나 과세를 줄이는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확대시켜 경제활동을 진작시킬 수 있다. 반대로 경제가 과열돼 있을 때 정부는 정부 지출을 줄이거나 과세를 늘리는 긴축적인 재정정책으로 총수요를 줄여 경제활동을 진정시킬 수도 있다.

정부는 경제 상태에 따라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쓰거나 긴축적인 재정정책을 쓰는 등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재정정책을 펼친다. 정부 지출을 늘리면 경제는 자극을 받아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며 왕성한 경제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화폐를 필요로 한다. 또 정부가 늘어난 정부 지출의 충당을 위해 국채를 발행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게 되면 시중의 자금사정이 빡빡해진다. 즉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경우에 시중자금이 메마르면서 이자율이 상승해 민간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된다. 이와 같이 팽창적인 재정정책이 이자율을 상승시켜 민간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고 정부 지출의 효력을 상쇄시키는 현상을 가리켜 ‘구축효과’라고 부른다. 구축이란 내몬다는 뜻이다.

―한국경제교육학회 편,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320∼322쪽

이해:정부의 재정정책은 승수효과를 통해 거시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승수효과는 재정지출 확대가 직접적으로 총수요를 늘려 기업의 고용과 생산을 증대할 뿐 아니라 다른 부문으로의 파급효과가 증폭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재화와 서비스의 구입으로 재정지출을 확대하면 그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업의 생산이 늘어나 고용과 이윤이 증가하는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에 근로자와 주주의 소득이 증가해 소비지출이 늘면 다른 기업들의 고용과 생산이 다시 증대한다. 이처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총수요 증가로 소득을 늘리고, 소득의 증대가 총수요를 늘리는 상승 작용을 반복하면 최초의 재정지출 규모에 비해 총수요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정책은 구축효과로 인해 거시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구축효과는 재정지출 확대가 이자율의 상승을 가져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차입 비용을 높여 신규 주택투자와 설비투자를 위축시켜 재정지출의 효과가 상쇄되는 현상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했을 때는 가계나 기업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게 돼 이자율이 상승한다. 이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가계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구축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는 재정지출에 필요한 재원을 세금이나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 있다. 정부가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그 부담을 미래의 납세자에게 전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국채가 만기가 되면 정부는 원금과 누적된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미래의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담시켜 국민의 소비는 위축된다. 가계가 저축으로 정부의 세금 인상에 대비한다면 가계의 소비위축으로 정부 재정지출의 효과가 완전히 상쇄될 수도 있다.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누가 매입했느냐에 따라 정책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만일 국채를 가계가 모두 매입했다면 국채 발행으로 통화를 찍어낼 필요가 없어 인플레이션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채를 모두 은행이 매입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미국의 FRB가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를 3000억 달러어치 매입하면 은행은 자금의 여유가 생겨 가계나 기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통화를 창출할 수 있다.

이렇게 늘어난 통화는 다시 은행의 예금으로 유입되고 은행은 이를 이용해 다시 통화를 창출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시중에는 FRB가 국채 매입에 사용한 3000억 달러의 평균 10배에 이르는 3조 달러의 통화가 풀리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정리=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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