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한겨울' 주식시장 그래도 봄은 온다

  • 입력 2003년 3월 16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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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공화당 및 민주당 의원과 통계학자가 꿩 사냥을 갔다. 공화당 의원이 쏜 총알이 꿩의 오른쪽으로 3㎝ 빗나갔고, 민주당 의원이 쏜 총알은 왼쪽으로 3㎝ 벗어났다. 그러자 통계학자가 “만세! 명중했다”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 유머는 평균을 비롯한 통계의 허구성을 잘 나타낸다. 종합주가지수도 개별 종목의 주가를 자본금 크기를 감안해 계산한 가중 평균으로 엄밀히 말하면 실체가 없는 가공의 숫자다.

흔히 개별 종목 주가는 나무로, 종합주가는 숲으로 비유된다. ‘나무보다 숲을 보라’는 증시 격언은 증시 전체의 흐름이 바뀔 때 강조된다. 반면 숲보다 나무가 중요할 때도 적지 않다. 종합주가가 일정 수준의 박스권에서 오르내림을 되풀이하고 종목 장세가 화려하게 펼쳐질 때다. 투자수익률을 결정짓는 것도 결국은 투자한 개별종목의 주가 흐름에 달려 있다.

올들어 종합주가가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장외 악재 및 경제지표 등에 따라 춤을 추고 있다. 앞으로 증시에 대해 확신하는 투자자들이 적기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용감하게 주식을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연초에 예상했던 위험 가운데 미-이라크 전쟁 문제가 장기화되고 북한 핵은 더욱 심각해졌다.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SK그룹의 대규모 분식회계라는 악재도 터졌다. 현재 투자심리로는 종합주가지수 700선을 올해 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증시는 아직 한겨울이다. 그러나 잔설이 남은 숲에 가 보면 몇몇 나무엔 꽃망울과 새싹을 준비하는 눈이 매달려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530대로 주저앉았지만 3월에만 10% 이상 오른 종목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이 숲으로 사냥을 갔다가 곰과 마주쳤다. 한 사람이 운동화 끈을 고쳐 매자 다른 사람이 “그런다고 곰보다 빨리 달릴 수 있겠느냐”고 비웃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곰보다 빨리 달릴 필요는 없다. 다만 너보다 빨리 달리면 된다”고 대꾸했다 한다.

주식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선 수많은 보통 군중보다 한 발 앞서 달릴 수 있어야 한다. 지수가 급락하는 것에 겁먹기보다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종목들을 발굴할 때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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