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서민 여러분이 바로 VIP”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정기예금에 가입할 수 있는 한도는 낮추고, 송금 수수료는 내리고.’ 시중 은행들이 최근 서민금융 서비스 이용자들을 향해 ‘문턱’을 낮추고 있다. 수익성을 강조하며 우량고객(VIP) 마케팅에 주력하던 은행들이 지난해 주식시장으로 예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자금조달난을 겪은 뒤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소액 예금자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 또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추진되고 있는 서민경제 활성화 방안에 발맞춘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예금한도 ↓ 대출금리 ↓ 수수료 ↓

○ “서민들도 이용하세요”

은행들이 문턱을 낮추면서 서민들이 은행을 이용할 기회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외국계 은행인 HSBC는 최근 정기예금의 최저 가입금액을 30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전까지 HSBC는 소액 정기예금을 받지 않아 서민을 홀대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부산은행은 이달 초 신용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크레디트 플러스 론’을 내놨다. 이제까지 은행에서 대출받기 어렵던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금융소외계층’이 주된 대상이다. 부산은행 측은 “금융거래에서 연체가 없는 고객에게 최고 1000만 원 범위 내에서 최저 연 13%의 금리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계 캐피털 회사들은 신용이 낮은 고객을 대상으로 소액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이 최근 소액 신용대출인 ‘미니론’을 내놓은 데 이어 기업은행의 자회사인 기은캐피탈도 최근 영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평균 연 20% 수준의 소액대출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금융회사들의 시도는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한 노력이지만 금융 소외계층이 제도권 금융회사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평가가 많다.

우리은행은 최근 서민들의 은행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에게 각종 수수료를 50% 깎아주기로 했다.

○ “서민들만 오세요”

일부 은행은 더 나아가 서민들이 다른 계층보다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상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올해부터 무주택자가 기준시가 3억 원 이하의 집을 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대출금리를 0.5%포인트 깎아주고 있다. 또 공과금의 자동이체 등 일부 조건을 갖추면 추가로 0.5%포인트를 우대해 줘 은행 최저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은행이 1일 내놓은 ‘서민섬김 통장’(정기예금, 정기적금)은 열흘 만에 약 2만5000명이 가입했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하루 평균 약 2500명이 통장을 만든 것으로 일반적인 신규 상품의 가입자와 비교하면 ‘폭발적 반응’이라고 기업은행 측은 평가하고 있다. 이 통장은 1인당 가입한도가 예금 2000만 원, 적금 월 50만 원으로 최고 연 6%의 금리를 준다.

국민은행 ‘KB스타트 통장’은 가입 대상이 18∼32세로 평균 잔액이 100만 원 이하일 때 연 4%의 금리를 주고 있으며 SC제일은행의 ‘두드림(Do Dream) 예금’은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지만 금리는 연 5.1%로 높은 편이다.

이들 통장은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으로 빠져나가는 직장인의 ‘급여이체’ 수요를 겨냥한 것이지만 일반적으로 통장 잔액이 적은 서민들에게 혜택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이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조달 원가가 낮은 예금 고객의 기반이 두터워야 한다”며 “서민 고객을 확보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은행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계층을 위한 금융상품과 서비스
구분내용
은행의 문턱을낮춘 서비스나금융상품△HSBC=정기예금의 최저 가입금액을 3000만 원에서 100만 원으로 조정
△부산은행=신용등급 7등급 이하를 대상으로 한 소액대출 ‘크레디트 플러스 론’판매
△하나금융지주=하나캐피탈 통해 소액 신용 대출인 ‘미니론’ 판매
△우리은행=장애인 등 소외계층에 수수료 50% 할인
서민에 대한혜택 높인서비스나금융상품△하나은행=무주택자의 기준시가 3억 원 이하 주택담보대출에 0.5%포인트 금리 할인
△기업은행=1인당 가입한도 2000만 원 이내에서 최고 연 6% 지급(서민섬김통장)
△국민은행=평균 잔액 100만 원 이하 계좌에 연 4% 금리 지급(KB스타트 통장)
△SC제일은행=소액계좌에도 연 5.1% 지급하는 ‘두드림 예금’ 판매
자료:각 은행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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