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전망대]오너경영 시험대 오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입력 2009-08-24 02:50수정 2009-09-2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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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21일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래전부터 예견돼온 일이지만 현대차그룹이 3세 경영으로 이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의 관심도 높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분야의 특성상 산업 파급력과 고용효과 면에서는 국내 기업 중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사실상 한국 자동차산업 그 자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경영층의 동향에 대해 각계에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 총수의 경영능력은 한국 경제는 물론 세계 자동차산업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오너 경영이냐, 전문경영인 체제냐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은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능력을 검증받은 최고경영자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업을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거나 신속한 의사결정 및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오너 경영은 그 반대다. 특히 오너의 경영능력이 떨어질 경우 그에게 집중된 힘은 흉기로 작용해 기업을 치명적인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까지 현대차그룹의 오너 경영은 대체로 성공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1세대인 고 정주영-정세영 회장이 현대차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2세대 정몽구 회장은 노조 문제 등 몇몇 잡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뚝심과 돌파력으로 품질경영과 과감한 해외투자를 이끌며 현대차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 역시 디자인경영과 과감한 해외마케팅으로 적자이던 기아차를 흑자로 돌려놨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 오너 경영이 힘을 얻고 있다는 점도 정 부회장 승진에 정당성을 더하는 듯하다. 올해 최대 위기에 빠진 도요타를 구하기 위해 도요타 창업주 가문이 14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했고, 미국 빅3 중 유일하게 파산 수준에 이르지 않은 포드 역시 창업자 헨리 포드의 증손자인 빌 포드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도 정 부회장이 기아차에서 좋은 경영 성과를 내도록 어느 정도 배려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는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철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인사 시점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오후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장과 나로호 재발사를 앞둔 시점, 기아차가 노조 문제로 시끄러운 때에 갑작스럽게 인사를 한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에 대한 안팎의 기대는 적지 않다. 강력한 오너 경영이 원인이기도 하겠지만 현대차그룹에는 존경받거나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전문경영인이 드물다. 그래서 그룹 내부에선 앞으로 정 부회장이 총수의 눈치만 보지 말고 능력 있는 임원들을 키워내고 안정적인 인사를 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모적인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그룹의 이미지를 선진적으로 바꿔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정 부회장은 총수로 나아가는 길이 밤잠을 이루기 힘든 험한 가시밭길에 한 발짝씩 더 들어서는 것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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