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의 월가리포트]부시의 재선가도 고용동향에 달려

  • 입력 2004년 1월 28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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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확실성(Certainty)’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철은 불확실성의 계절이다. 그렇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국제정치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월가의 평가다. 그래서 월가는 이번 대선의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금융시장은 부시 대통령이 이기고 공화당의 하원 장악도 계속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셈”이라면서 “시장만 놓고 볼 경우 민주당 후보의 추격이 거세질수록 불안요인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뱅크원 투자자문사의 앤서니 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백악관 주인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진다면 단기적으로 시장에 악재”라고 지적했다.

월가의 이 같은 분위기는 감세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대통령이 들어설 경우 부시 정부가 작년에 ‘10년간 1조7000억달러 규모’로 세금을 깎아준 것을 무효로 할 수 있기 때문. 민주당 후보 그룹 가운데 하워드 딘은 감세정책을 뒤집겠다고 말했고 다른 후보들은 부자들에 대한 감세만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래서 증시 일각에서는 “딘 후보가 민주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 시장엔 악재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선전과 관련해 메릴린치의 이코노미스트 케이시 보스찬치크는 “변수는 고용시장”이라면서 “고용이 확실히 회복되지 않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많은 현안들을 제쳐놓고 부시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고용동향이라니 요즘 미국인들이 실업 문제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는지 새삼 느낄 수 있다.

미국 증시에는 ‘대선 주기’라는 게 있다. 역대 통계로 보면 대통령 집권 3년차에 다음해 대선을 의식해 경제를 부추기는 정책을 쏟아놓아 주가가 가장 큰 폭 오르며 선거가 있는 4년차에는 이보다는 못하다는 것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를 볼 때 1945년 이후 대통령 집권 3년차엔 평균 18% 올랐고 집권 4년차엔 9% 올랐다.

뉴욕증시는 이달 중순까지 큰 걸음으로 뛰다가 순환매 양상을 보인 뒤 기업실적 호전을 무기로 다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27일엔 1월 소비자신뢰지수의 상승폭이 전문가 예상보다 적다는 소식에 내림세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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