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초 강경, 미국=매우 강경, 중국=이례적으로 강경

  • 입력 2006년 10월 11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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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초 강경, 미국=매우 강경, 중국=이례적으로 강경, 그러나 신중, 러시아=온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감지되는 북한 핵실험에 대한 주요 국가의 대응 수위를 분석하면 대략 이쯤 된다.

10월 안보리 순번의장국이기도 한 일본이 가장 강경하다. 일본은 미국이 마련한 대북(對北)결의안 초안에 북한 선박 입항 및 항공기 이 착륙 금지와 북한 고위관리의 여행제한(입국금지) 같은 초강경조치를 추가시켰다. 안보리에서는 "북한 고위관리의 여행을 제한하면 6자회담을 어떻게 개최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격앙된 일본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은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에 '군사적 제재조치'만 빼놓고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북한에 출입하는 모든 화물에 대한 검색을 추진하는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주도해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북한 지도부에 들어가는 검은 돈과 물품(사치품)도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결의안 절충작업에서 가장 주목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올해 7월 북한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제재 결의안을 논의할 때는 유엔헌장 7장 원용에 반대하면서 이를 관철시켰다. 유엔헌장 7장은 무력제재의 길을 열어놓을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 중국은 이번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물론 무력제재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분명한 선을 긋고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다. 그러나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 대사가 10일 북한 핵실험에 대해 이례적으로 '징계조치'(punitive actions)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달라진 중국'의 태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공개적으로 평가할 정도다.

그렇다고 중국과 미국간에 이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북한에 출입하는 모든 화물에 대한 검색 조항은 중국으로서는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화물을 검색하는 과정에서 자칫 북한 해군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간지점에서 타협가능성이 점쳐진다. 모든 제재조항에 포괄적으로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재조항 중 일부 조항에 대해 유엔헌장 7장을 원용하는 방안이다.

어찌됐건 안보리 이사국들이 모두 신속한 제재에 찬성하고 있다. 또 관련국들의 견해 차이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어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결의안 통과가 점쳐진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폴란드에 미사일 방어체계를 건설하려는 것에 대한 반감 때문인 듯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 시종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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