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검증]부동산 보유세제 개편 정부案 허점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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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도입을 포함한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야당 사이에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행 보유세제의 불공평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는 과세체계를 전면 개편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정부의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미비점을 보완한 뒤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지자체는 종부세 도입에 관해 준비가 제대로 안돼 내년 시행이 불가능하고, 지방의 재정자립을 악화시킬 ‘낭비적 세제’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서강대 김경환(金京煥·경제학) 교수는 “정부의 보유세 개편안을 현장에서 집행할 세정(稅政) 당국자들이 실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세 부담의 불공평 해소’라는 정부의 도입 취지도 나쁘게 비칠 수 있고, 징수과정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입법과정 ‘가시밭길’=9일 만료된 정기국회 회기 중 보유세제 관련 법안에 대한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10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를 통해서라도 올해 안에 입법을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연내 입법이 무산되면 보유세제 개편안과 함께 제시됐던 거래세 인하 등 부동산 세제에 차질이 초래돼 부동산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는 조기입법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며 법안 심사에 앞서 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을 조정하면 보유세 부담은 올해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며 “제도 보완을 하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보유세 개편에 대한 조건으로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보유세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를 공개하고 △보유세를 올리는 만큼 거래세를 추가로 인하할 것 등을 주장하고 있다.

▽관련 조직 확정 못해=법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세금을 거둘 세정(稅政) 당국도 관련 조직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국세청의 한 당국자는 “법이 결정되고 시행령이 나와야 뭘 할지를 아는데 현재로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관련 자료를 챙기는 일은 행정자치부가 하고, 우리는 전산시스템 정비만 하면 되므로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 부동산실무기획단에 따르면 시행령은 법안 통과 뒤 1, 2개월이 지나야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로서는 법안 통과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국세청은 사무관 2명과 사무보조 5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이들을 중심으로 과(課) 단위의 조직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방세 주무부처인 행자부도 △기초자치단체 2087명 △광역자치단체 177명 △행자부 10명 등 모두 2274명의 인력을 투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당국자는 “세무공무원을 뽑아 교육을 시켜 현장에 투입하기까지 최소 1년이 필요하다”며 “인력이 충원되더라도 조사와 징수업무를 끝내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징수 제대로 될까=보유세 징수는 주택에 대한 시가평가가 선행돼야 가능하다. 시가자료가 세금을 부과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기준시가가 있지만 단독주택과 다가구, 다세대주택 등 676만여 채는 시가자료가 없다.

이 때문에 건설교통부는 내년 1월 초까지 13만5000채에 대한 표준주택가격을 산정한 뒤 이를 근거로 지자체가 나머지 개별주택가격을 평가해 4월 말 고시(告示)토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택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국장은 “전국 주택의 시가를 조사하고 과세표준을 산정하는데 2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세무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이를 4개월 만에 완료할 경우 시가조사의 오류와 민원 대란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희철(金熙喆) 관악구청장도 “관악구 내 단독주택 7만2000여 채에 대한 시가자료가 없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마련하려면 1, 2년간 이의신청을 받아 보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는 “이달 초부터 지자체별로 주택특성조사에 들어갔으며 개별주택가격산정프로그램 개발도 완료단계에 있기 때문에 4월 말 발표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시군구협의회는 또 “국가가 부과징수 소요비용을 지자체에 지급하지 않고 종부세 시행을 강행하면 현행 지방재정법 위반이므로 조사업무를 거부해도 법적 제재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건교부는 주택공시가격 조사 예산 429억 원 가운데 200억∼300억 원가량을 지자체에 배분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군구협의회는 공무원 채용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징세비용으로만 22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별 과세방법(%는 세율)

현행개편안
1차(시군구) 재산세2차(국가) 종합부동산세
주택토지 및 건물을 구분평가, 구분 과세-토지:종합토지세 (0.2∼5%)-건물:재산세 (0.3∼7%)토지 및 건물을 통합 평가, 통합 과세
낮은 세율(0.15∼0.5%, 3단계)로재산세 과세소유 주택가액 9억 원초과분은 높은 세율(1.0∼3.0%, 3단계)로 과세
나대지종토세(0.2∼5%)낮은 세율(0.2∼0.5%, 3단계)로 과세소유 나대지가액 6억 원초과분은 높은 세율(1.0∼4.0%, 3단계)로 과세
빌딩 상가 사무실 등 부속 토지종토세(0.3∼2%)낮은 세율(0.2∼0.4%, 3단계)로 과세소유 토지가액 40억 원초과분은 높은 세율(0.6∼1.6%, 3단계)로 과세
사업용 건물재산세(0.3%)세율 인하(0.25%)(과세 안함)

거래세 인하계획

현행개편안
구분취득세 2%(농특세 포함 2.2%)그대로 적용
등록세 3%(교육세 포함 3.6%)△신규주택 분양, 법인 거래 등록세 2%(교육세 포함 2.4%)△개인간 거래 등록세 1.5%(교육세 포함 1.8%)
합계거래세 5%(부가세금 포함 5.8%)△신규주택 분양, 법인 거래 거래세 4%(부가세금 포함 4.6%)△개인간 거래 거래세 3.5%(부가세금 포함 4%)

세금 납부기한

현행개편안
구분7월 말:재산세10월 말:종토세7월 말:건물분 재산세 전액 주택분 재산세 절반9월 말:토지분 재산세 전액 주택분 재산세 절반12월 15일:종합부동산세

부가세금(Surtax) 조정계획

현행개편안
지방교육세재산세의 20%종토세의 20%재산세의 20%
농어촌특별세종토세의 10, 15%종합부동산세의 20%
자료:재정경제부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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