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해보니]한나라당 배일도의원

  • 입력 2004년 8월 5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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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일도 의원 - 서영수기자
배일도 의원 - 서영수기자
“저는 언제나 ‘소수’의 인생을 살아 왔습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나라당 배일도(裵一道·54) 의원은 ‘국회의원을 해 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담배를 꺼내 물고 한참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총의 최정예로 불렸던 서울지하철노조위원장에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비례대표로 자리를 옮긴 배 의원은 국회와 당내에서 ‘이질적’ 경력으로 겪고 있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설움을 에둘러 털어놨다.

“당의 방침과 다른 발언이나 행동을 하면 동료 의원들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예 말을 걸지 않아요. 무시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동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디 잘하는가 한번 보자’ 이런 식인 것 같습니다.”

배 의원은 여권이 추진하는 일제강점기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과 이라크 파병 중단 결의안에 서명했다. 당의 입장과 배치되는 행보를 하면서 배 의원은 자신이 한나라당의 비례대표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답답함이 있습니다. 양심의 문제와 한나라당에서 비례대표로 뽑힌 것이 늘 충돌해요. 당론을 따르려면 양심을 접어야 하고…. 그래서 헌법을 우선하기로 했습니다. 헌법에 국회의원은 양심에 따라 국익을 추구한다고 돼 있잖아요.”

예를 들어 친일문제도 혹시 박근혜(朴槿惠) 당 대표 문제가 걸림돌이 되더라도 소신껏 밀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배 의원은 “친일을 한 사람을 잘했다고 할 국민은 없다고 본다”면서 “일국의 야당 지도자로서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 오를 사람이 그런 장애물(여권의 친일공세)은 넘어야 하지 않겠느냐. 한나라당도 이 문제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드러내 놓고 표현은 안하지만 여전히 비례대표를 무시하는 관행이 곳곳에 배어 있더라. 동료 의원들의 비례대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시급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상임위에 가보니 박희태 국회 부의장, 구속된 이인제 의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상임위 참석이 사실상 불가능한 의원을 내가 속해 있는 환경노동위로 다 보냈더군요. 이래서 뭘 하겠다는 건지 정말 실망입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총리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아직 국회의원답지 않다. 또 그의 출신으로 봐서는 한나라당보다는 민주노동당에 더 가깝다는 얘기를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그러나 배 의원은 “저 같은 사람이 한나라당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할 일이 많은 것 아닌가요. 아직은 서투르지만 잘해낼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일도 의원은…▼

1983년 서울지하철공사에 입사한 뒤 88년 노조활동과 관련돼 구속된 ‘정통파’ 현장노동운동가 출신. 1998년 서울지하철공사에 복직한 뒤 9, 10, 11대 노조위원장을 지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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