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지역구]경기 일산갑 홍사덕 한명숙 격돌

  • 입력 2004년 3월 19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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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갑 선거구는 서울 종로, 강남갑에 이은 ‘신(新) 정치1번지’로 꼽힌다. 유권자의 학력 수준이 높고 투표 성향 역시 중앙정치의 ‘바람’에 좌우되지 않고 인물에 대한 평가에 집중되기 때문에 30∼40대 고학력 중산층의 정치인식의 바로미터로 작용하는 곳이 바로 일산갑이다.

각 당이 모두 최대 전략지역으로 꼽는 일산갑 지역구에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61)원내총무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여성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지낸 열린우리당 한명숙(韓明琡·60)씨가 최종 후보로 확정됨으로써 ‘빅 매치’가 성사됐다.

두 사람은 여러 가지 면에서 스타일이 다르다. 홍사덕 총무가 이지적이고 치밀한 ‘카리스마형’ 리더라면 한명숙 전 장관은 설득을 중요시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서번트형’에 가깝다. 한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온화하고 차분한 스타일을 보여줘 과천 관가에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반면 정무장관과 국회부의장을 지낸 5선(選)의 홍 총무는 현재 야당의 반노(反盧) 투쟁을 총지휘하는 야전사령관이다. 색깔로 치면 ‘코발트 블루’와 ‘그린’의 대결이라고 할 만하다.

그러나 양강(兩强) 구도로 압축된 일산갑 선거구에서는 아직 총선 바람도 선거 열기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홍사덕 총무는 탄핵안 가결에 따라 요동치는 정국의 한복판에 서 있어 아예 지역을 돌볼 겨를조차 없고 한명숙 전 장관 역시 중앙당에서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지역에 얼굴을 비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홍 총무는 지역에 사무실조차 내지 못했고 한 전 장관측도 인터넷조차 연결되지 않는 임시사무실을 겨우 얻어놓고 있을 뿐 정식 입주조차 하지 못했다. 한나라당 일산갑 지구당은 오양순 위원장이 공천을 받지 못해 사실상 ‘폐업’상태.

민주당은 정범구 의원의 탈당 및 복당 과정에서 기존 조직이 공중분해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관계자는 “정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할 때 동반 탈당했다가 복당시 복귀하지 않은 지방의원이 많다”고 전했다.

이러다 보니 지역에서는 선거 이슈조차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굳이 현안을 들자면 지역내 고등학교가 경쟁 입시에서 평준화로 돌아선 후 ‘특목고 유치’ 등의 목소리가 지역 주민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정도. 강남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고 있는 신도시 주민들의 표심을 잡아야 하는 입후보자들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현재 홍 총무측은 ‘적극 찬성’을, 한 전 장관측은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신언서판(身言書判)’이 좋아 여성 유권자로부터도 인기가 높은 홍사덕 총무와 여성부 장관을 지낸 여성운동가 출신 한명숙 전 장관이 벌이는 맞대결은 단순한 남녀 성(性)대결을 뛰어넘어 묘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지역내 여성 유권자 비중이 높아 65%나 된다.

홍 총무측은 “탄핵 정국에서 발생하는 안정 희구 심리가 홍 총무의 중후한 이미지와 어울려 상승작용을 일으킬 것이므로 승리를 낙관한다”는 입장. 이에 대해 한 전 장관측 관계자는 “지역에서 인물 교체에 대한 욕구가 높은 만큼 홍 총무가 여성 유권자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하더라도 유권자들이 더 이상 5선(選)이라는 구시대 인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현재 홍 총무측은 ‘중용의 개혁’을 내세우며 여성 유권자들의 안정 희구 심리를 노리고 있고 한 전 장관측은 ‘여성 후보’라는 것을 필요 이상으로 내세우지 않겠다며 두 번에 걸친 장관 업무 수행 등 리더십 있는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 전 한국갤럽이 조선일보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홍사덕 총무가 30.8%의 지지를 얻어 25.9%의 한명숙 전 장관을 다소 앞질렀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한 전 장관측이 한 달 동안 얼마나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성기영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신동아 2004. 4월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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