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클릭]정유4社 사장 해외출장 여야"불출석 담합" 질타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48분


27일 정유사, 카드사, 백화점 사장들이 증인 및 참고인으로 대거 채택된 공정거래위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장들의 출석이 예정된 탓인지 정무위 국감에 쏠린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은 컸지만 정작 이들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대부분 임원들을 ‘대리 출석’시키는 바람에 의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특히 송유관공사 기업결합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소환된 SK, 에쓰오일, 엘지칼텍스, 현대정유 등 정유 4사 사장들은 모두 입을 맞춘 듯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다. 또 카드수수료 담합행위로 소환된 카드 3사 사장 중 엘지캐피탈과 국민신용카드㈜ 사장 등 2명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된 8명의 백화점 및 할인점 사장은 모두 출석해 대조적이었다. 이 중에는 한국 까르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벽안(碧眼)의 프랑스인 마르크 우르생 사장도 포함돼 있었다.

회의 시작과 함께 대기업 사장들의 ‘담합 불출석’에 대한 의원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박병석(朴炳錫·민주당) 의원은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체 사장을 불러 죄송하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유사 사장들이 동시에 불출석한 것은 명백한 사전 의견교환 및 담합 의혹이 짙다”고 질타했다. 임진출(林鎭出·한나라당) 의원도 “회사의 대표가 아닌 상무나 이사가 나와서 답변의 책임을 질 수 있느냐”고 따졌다. 김경재(金景梓·민주당) 의원은 “정유사 사장들이 담합해 해외 출장을 나갔고 덩달아서 카드수수료 담합으로 문제가 된 2개 카드사 대표도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하는 담합행위가 또 벌어졌다”며 “이는 카드수수료 담합보다 더 고약한 담합행위”라고 꾸짖었다.논란이 계속되자 박주천(朴柱千·한나라당)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고 결국 여야는 간사회의를 거쳐 대리인을 보낸 정유사 및 카드사 사장들의 증언 청취를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의원들은 대신 정무위를 다시 열어 정유사 및 카드사 사장들을 따로 불러 증언을 듣기로 했다. 한편 통역을 동반하고 출석한 우르생 한국까르푸 사장은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의원들의 추궁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회사를 적극 변호했다. 우르생 사장은 “만일 입점 점포보다 까르푸 직영점의 물가가 싸다면 부당한 것 아니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파악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국회에 출석했던 외국인은 모두 5명이며 증인으로 채택된 외국인이 불출석할 경우 고발 등 현실적인 제재 방안은 없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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