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모니터연대평가]"성실해졌지만 겉핥기 감사 여전"

  • 입력 2000년 11월 8일 19시 11분


올 국회 국정감사를 모니터한 ‘국감 모니터연대’의 시민단체 관계자 4명이 8일 서울 정동 경실련 강당에서 이번 국감을 평가하는 방담을 가졌다. 참석자는 경실련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 ‘함께하는 시민행동’ 오관영(吳寬英)사무국장, 참여연대 양세진(楊世鎭)시민감시국 부장, 여성연합 이구경숙(李具京淑)정책부장. 다음은 방담 요지.

▽고계현〓의원들의 국감 출석률이 높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성실해졌다. 그러나 한 상임위가 30∼40여개씩의 피감기관을 훑어야 하고 모든 의원들이 15분씩 질의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뻔하다. 심층적 추궁이나 격조 있는 대안은 불가능한 구조다. 보건복지위의 모든 의원들이 의약분업 문제를 거론했지만 대안을 제시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이구경숙〓국감 전문화를 위해서는 교섭단체별 질문총량을 정해 주공격수를 2, 3명씩 내세우는 게 보다 나을 것같다.

▽양세진〓이미 정책집행이 이뤄진 상태에서 결과에만 매달리다 보니 국감이 소모적으로 흐르는 것이다. 정책의 기획단계부터 국회가 감시와 견제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통위 '사이버 국감' 신선▼

▽고계현〓정보통신위의 경우 관련 자료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한 뒤 주요 관계자만 참석케 한 것은 신선했다. 인터넷방송을 통해 ‘사이버국감’을 진행한 것도 새 시대상에 부합됐다. 반면 선관위에 대한 국감에서는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일부 의원들이 ‘재판에 필요하다’며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면서 검찰의 선거수사를 공격하면 설득력이 없다.

▽양세진〓전반적으로 고성과 고압이 많이 줄고 차분한 질의가 이어졌다. 많은 의원들이 정책보고서를 낸 것도 진전이다. 그러나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을 둘러싼 공방으로) 법사위가 마지막까지 파행을 거듭하는 등 근거없는 정치공세는 여전했다.

▼여야 수뇌부 의식 변해야▼

▽고계현〓국감을 정치공세장으로 활용하려는 여야 수뇌부의 의지가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오관영〓여당은 행정부에 해명기회를 주기에 바쁘고 야당은 과도한 공세를 펼치는 모습이 정무위나 법사위에서 재현됐다.

▽양세진〓한 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의 피감기관의 안일한 태도도 문제다. 임창열(林昌烈)경기지사처럼 의원들을 들이받고 싸우는 모습은 국회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구경숙〓전반적으로 시민단체 의견을 많이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여 반가웠다. 일부 의원은 시민단체 정책자료를 그대로 베껴 읽는 부작용까지 있었다. 그러나 노숙자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느낌이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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