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게 이렇군요]JP, 봄 정국 밑그림 "내 손 안에"

  • 입력 2001년 3월 14일 18시 49분


《봄 정국이 정중동(靜中動)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들은 대장정의 출발선으로 서서히 모여드는 듯한 느낌이고, 이에 대한 야당의 대응도 더 기민해졌다. 봄 정국의 중심에는 김종필(金鍾泌)자민련 명예총재가 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정국도, 그리고 더 멀리는 차기 대선구도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귀국후 구상 뭘까▼

▽JP 귀국〓JP와 함께 일본을 다녀온 민주당 이윤수(李允洙)의원은 “DJP회동(2일) 이후 JP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며 “이번에 일본에 가서도 뭔가 구상을 가다듬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14일 귀국한 JP의 금주 일정부터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JP는 15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리는 이한동(李漢東)총리 초청 자민련의원 만찬에 참석해 당의 단합을 강조한다. 16일을 전후해서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과도 만날 계획이다.

또 방일(訪日) 때문에 미뤄졌던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의 회동 시기도 저울질하고 있다.

JP와 이최고위원, JP와 YS의 회동은 어떤 형식으로든 차기 대선구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정치권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특히 이최고위원과의 면담이 그렇다. JP 주변에선 “JP가 그냥 후배를 포용하는 차원에서 이최고위원을 만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JP로서는 이최고위원과의 면담을 ‘어느 누구든 JP를 통하지 않고서는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놓는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합당론과 개헌론▼

▽합당론〓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이적한 송석찬(宋錫贊)의원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앞으로 보낸 ‘합당 건의문’이 아니더라도, JP는 이미 ‘공동여당 총재’ 같은 걸음걸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과 자민련의 합당론이 쉬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물론 합당론에 대한 공동여당 수뇌부의 답은 여전히 “노(NO)”다. JP는 일본에서도 동행한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이제 합당을 해야 할 때가 된 것 아니냐”고 의중을 떠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는 후문이다.

측근들은 “합당하면 공동여당의 기반 중에서 자민련이 끌어올 수 있는 보수표가 다 날아가 차기 대선에서 반드시 패한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현재와 같은 연합구도나 ‘확장구도’(민국당까지 가세한 정책연합이나 정계개편을 통한 자민련 몸집 불리기)가 더 낫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합당론보다 개헌론이 먼저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최근 “정계개편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개헌론이 임팩트(타격효과)를 가져야 하는데, JP가 무슨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눈치보는 대선주자▼

▽여권 차기주자들과 JP〓여권 내에서 영남후보론 등을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원인(遠因)도 사실은 JP를 의식한 면이 많다. DJP공조 복원 이후 여권의 차기후보는 ‘JP 사다리’를 타고 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는 인식이 전보다 더 확산된 것은 사실이다.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이수성(李壽成)전 총리의 측근들이 “JP도 영남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JP의 영남카드로는 이 전 총리가 적격”이라는 논리로 JP쪽을 향해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최고위원이 JP와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달 3일 대규모 후원회 행사를 통해 세(勢)를 과시하려는 것도 DJP에 대한 압박의 성격이 짙다. 이최고위원은 JP와의 면담에서 ‘정치적 후계자가 되겠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한 뒤에도 JP가 계속 ‘이인제 불가’를 고집할 경우 독자적인 세 확산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도 같은 날 ‘한반도재단’을 출범시킨다. 그는 연내에 이최고위원―노무현(盧武鉉)해양수산부장관과 함께 ‘3강(强)구도’를 만들겠다는 심산이다. 그의 측근들은 “여론조사 지지율을 곧 10%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은 이미 지난달에 JP와 만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김중권(金重權)대표 또한 JP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 이최고위원에 대한 JP의 ‘거부감’을 바탕으로 해 ‘DJP의 영남후보는 김중권밖에 없다’는 식으로 치고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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