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는 공직사회 上]「生死 칼바람」몰아친다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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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정부 조직개편안이 확정 발표됨에 따라 국민의 정부 출범후 두번째 공무원 구조조정작업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를 구성, 정부조직을 2원14부5처14청에서 17부2처16청으로 축소했으나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1년3개월만에 다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무더기 강제퇴출이 불가피해졌고 개방형 임용제 도입 등으로 공공과 민간부문의 경계도 허물어질 전망이다. 격랑에 휩싸인 공직사회의 모습과 앞으로의 변화, 구조조정작업이 성공하기 위한 선결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17일 발표된 정부 조직개편안은 정부의 운영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차 조직개편이 ‘하드웨어’의 개편이었다면 이번 구조조정은 ‘소프트웨어’의 개편인 셈이다.

이에 따라 4급이상 2백41명을 포함, 2001년까지 1만6천8백71명(현 정원의 11.9%)이 감축된다.

한 중앙부처의 인사담당 이모과장(46)은 지난해에 이어 또 동료를 잘라내려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백20명을 잘라내느라 일은 일대로 하면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이제는 군살도 없는데 무슨 수로 또 1백여명을 쳐내야 할지…. 벌써부터 주변에선 ‘조직이 폐지된 부서 직원이 자동으로 잘리는 거냐’ ‘남편이 실직했기 때문에 나는 절대 안된다’ 등등 별의별 얘기가 다 나돌고 있습니다.”

조직개편과 함께 단행될 대규모 인사태풍을 앞두고 공직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갖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던 ‘신분보장’제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공무원법 70조에는 ‘직제의 개폐(改廢) 또는 예산의 감소 등으로 폐직(廢職) 또는 과원(過員)이 됐을 때는 임용권자의 직권에 의해 면직시킬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1차 구조조정작업이 있기 전까지는 보직이 없다는 이유로 퇴출당한 사례가 단 한건도 없었다.

정부 직제개정령에 ‘정원 초과’를 인정하는 부칙을 달아놓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구조조정작업이 시작되면서 ‘철밥통 신화’가 깨졌다. 정부직제 개정령에 ‘대기발령을 받은 뒤 1년 안에 보직을 받지 못하면 직권면직시킬 수 있다’는 이른바 ‘1년 유예기간’조항을 신설한 것.

이에 따라 지난해 퇴출된 공무원은 9천84명. 올해는 7천9백73명이 잘려나가게 된다. 지난해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공무원들은 지난해보다 훨씬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해 1차 구조조정 때는 많은 사람이 ‘스스로’ 나갔다.

그러나 올해는 이미 한차례 군살을 뺀 상태여서 ‘생살’을 도려내야 한다.

‘칼자루’를 쥔 인사담당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퇴출 공무원을 가려낼 것인가 하는 문제다.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인사고과. 5급이하 공무원의 경우 근무실적 직무수행능력 태도 등을 평가하는 ‘근무성적 평정’ 자료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대부분 연공서열과 온정주의에 얽매여 성적을 매겨왔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퇴출자를 가려낼 경우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그나마 4급 이상의 경우는 올해 처음 근무평정이 시작돼 그 이전에는 인사고과 자료 자체가 없다.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대강의 인사원칙을 마련해 각 부처에 통보했다. 즉 △폐지되는 조직의 인력을 우선 대기발령하되 △대기발령을 받은 인력으로 테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실적을 평가한뒤 1년후 퇴출시킬 때는 보직이 있는 직원들의 근무성적과 비교해 최종 퇴출대상자를 확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그 자리에 갔는데 자리가 없어졌다고 사람을 자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논리다.

아무튼 다음달 말까지 부처별로 인사작업이 끝나면 대기발령자가 쏟아져 나오게 된다. 이들은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애타는 1년’을 보내야 한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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