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뛰는 사람들][JOB]최악 취업난 뚫고 영업사원된 천태호씨

  • 입력 2002년 1월 9일 18시 05분


“이제는 잠들기 전 매일 감사하다는 기도를 드려요.”

천태호(千泰虎·29·인천 연수구 선학동)씨는 지난해는 잠들기 전에 늘 ‘직장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으나 지금은 ‘감사하다’고 기도한다. 한 중소기업체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해 새출발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빌렸던 학자금 융자도 갚을 수 있고 10여년 전 홀로 되신 어머니에게 노트북PC도 사드릴 수 있게 돼 너무 기뻐요.”

3일 첫 출근한 천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를 여읜 뒤 남동생과 어머니를 부양하는 실질적인 가장이 된 그에게 용돈과 학비 마련은 항상 자신의 몫이었다.

1993년 시립 인천대 행정학과에 입학한 뒤 그 해 11월 곧장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 복학해야 했지만 학비 마련이 어려워 천씨는 결국 학업 대신 각종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야만 했다.

목수 조수, 전단지 배포, 음식점에서 숯불 피우기 등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악착같이 모은 80만원으로 천씨는 98년 10월 리어카를 장만해 토스트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한 지 1주일도 채 안돼 리어카를 도난 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1년 2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렵게 대학을 졸업한 천씨에게 사상 최대의 취업난이라는 더 큰 장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방대 출신이라 웬만한 대기업체에서는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고 중소기업들도 천씨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력서 쓰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였고 돈이 없던 터라 친구들도 만나지 못해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불쌍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제 처지에 대해 원망도 가끔 했지만 희망은 버리지 않았어요.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지난해 12월 24일 그에게 커다란 크리스마스 선물이 날아들었다. 공업용 스틸포장제를 만드는 원정제관이라는 중소기업체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은 것.

천씨는 “28년 동안 남의 도움을 받고 살았는데 이제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돼 맘 속에 품어온 사랑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남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베풀 수 있는 건강한 사회인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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