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뛰는 사람들]IMF딛고 재기한 30대 사업가 최석범씨

  • 입력 2002년 1월 7일 18시 18분


“의욕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자에게 영원한 실패는 없습니다.”

30대 청년 사업가 최석범(崔錫範·32)씨의 새해 첫 출발은 그 어느 해보다 희망과 의욕에 가득 차 있다. 숱한 사업 실패 끝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달려든 사업이 긴 겨울잠 끝에 비로소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위의 만류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디어와 성실 두 가지에 모든 것을 걸었어요. 이제 비로소 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요.”

최씨가 선배와 단 둘이서 단축 다이얼링 기능을 갖춘 기능성 전화기라는 사업 아이템을 갖고 다시 한번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99년 겨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조촐하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사원이 50명이나 되는 제법 모양을 갖춘 회사로 컸다. 지난해 7월에는 전화기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경기 부천시에 공장도 마련했다.

최씨는 “올해 목표는 매출액 3배 성장”이라며 “액수로는 아직 미미하지만 올해를 도약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금까지 최씨가 겪어야 했던 마음고생은 간단한 게 아니었다.

최씨가 시련의 길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2년 만에 그만두고 나오면서부터. 아무런 준비 없이 막연히 사업에 대한 의욕만 갖고 안정된 직장을 뛰쳐나온 게 화근이었다.

첫 사업은 회원들에게 직접 여성 생리대를 배달하는 생리대 유통사업. 하지만 최씨는 3000만원의 사업자금을 거의 다 날린 채 주저앉고 말았다.

두 번째 사업은 중고교생 대상의 월간지를 출판하면서 쿠폰을 발행해 회원들이 이 쿠폰을 가지면 학원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회원제 할인서비스 사업. 사업 초기에는 여러 군데서 동업 제의가 들어오면서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끌어다 쓴 빚이 뒷덜미를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97년 겨울에 불어닥친 외환위기 한파는 최씨를 2억여원의 빚더미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2번의 사업실패가 최씨의 의욕과 자신감까지 꺾지는 못했다. 다시 처음부터라는 생각으로 훌훌 털고 일어나 동분서주하던 그에게 선배로부터 기능성 전화기 사업 제의가 들어온 것.

최씨는 “날개 없는 추락의 아찔함 속에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은 게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면서 “지난해까지가 기초공사였다면 올해는 더욱 부지런히 노력해 튼튼한 건물을 지어 올리겠다”고 새해 포부를 밝혔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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