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공유
읽기모드공유하기

[여야지도자에게 듣는다③]박준규 국회의장

입력 1999-04-26 19:32업데이트 2009-09-24 05:24
글자크기 설정 레이어 열기 뉴스듣기 프린트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회의장으로서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진단해주시지요.

“본래 우리는 명분을 앞세워 실사구시(實事求是)를 경시하고 타협과 협상을 죄악시하는 문화가 뿌리깊습니다. 이 때문에 의회정치가 쉽게 뿌리내리지 못하는 거지요. 개화기에 상투를 잘랐던 심정으로 정치권이 ‘마음의 상투’를 잘라내야 합니다. 먼저 모든 가치를 선거승리에 두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야만 됩니다. 이대로 가다간 ‘정치권의 Y2K’가 올 수밖에 없어요.”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그 때문이 아닐까요.

“정당구조의 개혁없이 논의되는 정치개혁은 의미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정치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없고 오직 정당만 존재하는 형국이에요. 국회의원들이 당에 모든 것을 맡기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하고 있습니다. 매사를 당에서 결정하다 보니 국회는 실종상태입니다. 당론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해방시켜줘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이 자기양심과 국민의 명령, 역사의 소명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야 국가적인 과제에 대해 몰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못하니까 시각장애인들처럼 당론에 맹종해 정쟁에만 몰두하는 겁니다.”

―정치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합니까.

“선거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겠다는 관점에서 선거제도를 다룰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여러 정당이 연립 협조해 정권을 운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또 정치자금이 적게 들도록 정당을 원내(院內)정당화해야 돼요. 우리처럼 전 국민을 당원화하려는 나라는 독재국가 외엔 없습니다. 소수정예 당원과 자원봉사자들로 정당활동을 해서 정당지출 규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예요. 다만그때들어가는정치자금은 국민이 부담하는 방향으로공영화를 강화해나가야할겁니다.”

―원내정당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있다면….

“우리 정당은 19세기식 정당체제입니다. 상시 대통령 선거조직이기때문이지요. 그러나각당이 중앙당을 축소해국회로사무실을이전하겠다면 정당사무실을 기꺼이 마련해 주겠습니다. 영국 보수당도 중앙당 직원은 40∼50명밖에 되지 않습니다.”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정당명부제는 찬성입니다. 21세기는 소수파의 국정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명제인만큼 정당명부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역감정의 해소나 극한대결을 지양하고 정쟁완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요. 선거구제에 대해서는 다원화된 사회구조를 감안할 때 폭넓고 탄력적인 중대선거구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정당제도와 정치자금 운용 등의 제도개혁이 선행되지 않으면 권력구조의 변경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래지향적으로 보면 내각제가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국이 꼬이는데 협상기술 부족도 원인이 아닐까요.

“책임과 명분을 앞세우는 사고 때문에 여야대화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 풍토가 총무단에게까지 미쳐 자기들끼리 해결할 일도 위로 미루는 경우가 비일비재입니다. 또 협상을 제대로 하려면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회담에 임해야 하는데 최근엔 ‘주장’만 갖고 협상테이블에 나오는 느낌입니다. ‘상대편에 당하지 않겠다’는 방어적 자세지요.”

―국회를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여야간 상호신뢰감을 조성하기 위해 총무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습니다. 또 각 정당에 일주일에 한번씩 국회에서 당의 입장을 발표할 시간을 따로 주는 방안도 연구 중입니다.”

―야당에 대한 주문도 있을텐데요.

“야당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과거 야당처럼 무책임하게 행동하지 않고 국가의 재정형편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치를 고려하는 정책정당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앞장서야 합니다. ‘우리가 여당할 때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점은 문제가 있더라’고 야당이 말하면 여당도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여당에 한마디 충고를 한다면….

“아직도 과거의 야당적 행태를 불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정부와 협의하지도 않고 때로는 여론에 영합하는 정책을 남발하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이동관·공종식기자〉dklee@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베스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