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지도자에게 듣는다]김영배 국민회의총재대행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4월말까지 공동여당 선거구제 단일안이 마련될 수 있을까요.

“가능하다고 봅니다. 다만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망국적인 지역분할구도를 해소하려면 특정지역을 특정정당의 후보가 싹쓸이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국민회의는 이를 위해 소선거구든, 중대선거구든 타협안을 갖고 있어요. 국민도 지지하는 만큼 자민련도, 야당도 정당명부제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여권 단일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진통이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단 양당 8인협의회에서 하는데까지 해보고 결론이 도출되지 않으면 양당 수뇌부 4자회담에서 결판을 낼 겁니다.”

―자민련 일각에선 ‘대도시―중대선거구제, 농촌―소선거구제’의 복합선거구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자민련이나 한나라당 쪽에서 그렇게 나올 수도 있겠지요. 그 문제는 여유를 갖고 충분히 검토하겠습니다.”

―정치개혁협상 과정에서 정치자금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생각이 있습니까.

“정치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검토해보겠습니다. 정치복원을 위해 한나라당이 협조적인 자세로 도와주고 여야 간에 진정한 대화와 타협정치를 도출하는 데 필요하다면 정치자금을 포함해 모든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놓고 협의할 용의가 있어요.”

―야당은 권력구조가 선결돼야 선거구제를 논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공동여당이 8월까지 개헌논의를 일절 않는다고 합의하니까, 어떻게 해서든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갈라놓고 교란시키기 위해 그같은 전략을 쓰는 거겠지요. 국민을 위한 정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당리당략에 따라 정치를 하려는 태도는 곤란합니다.”

―8월 후 내각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두분 간에 어떤 얘기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4자회담 때는 구체성을 띤 논의는 없었어요. 개헌논의를 8월까지 중단키로 한 것은 지상과제인 경제개혁이 좌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4자회담 때 ‘개헌논의를 중단하자’는 말은 김총리가 먼저 꺼냈어요. 그래서 내가 ‘8월이란 시점까지 공개해도 좋겠느냐’고 확인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여야관계 복원과 당의 역량 강화를 주창하고 있는데….

“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정국운영과 정책집행에서 소외됩니다. 그럴 경우 집권당인지조차 의심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어요. 새정부 출범 후 두세달이 됐을 때 나는 당내에서 이런 의견을 여러번 개진했습니다.

정당이 집권했는데 당이 소외되면 개인이 집권한 것과 뭐가 다르냐. 나도 당무결재나 하는 대행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대통령께 말씀드렸습니다. 최근 중하위당직인사도 내 의사가 100% 반영됐습니다.”

―앞으로 대야(對野)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생각인지요.

“지난 1년동안 정치는 없고 오로지 ‘전투’만 있었습니다. 임기 5년이 김대통령에게 주어진 만큼 한나라당이 이 임기를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대통령을 흔들어 정책수행이 제대로 안되면 그 여파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야당도 유념해야 합니다. 공격하더라도 국민에게 이익이 갈 수 있는 공격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전적으로 야당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을 거예요. 우리도 지난 1년을 거울삼아 야당과 대화의 길을 모색해 타협정치를 복원시키겠습니다.”

―수혈론과 관련해 총재특보단이 중심역할을 하게 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내년 총선에 대비해 당의 모습을 일신해야 합니다. 젊고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영입해서 국민에게 식상함만을 줬던 정치권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합니다. 특보단이 중심이 돼 전국적으로 젊고 유능한 인물을 찾을 생각입니다. 우선 62개 사고지구당의 조직책부터 젊고 새로운 인물로 보완할 생각입니다.”

―대폭적인 ‘호남물갈이’론이 나도는데….

“수혈론이 기존 정치인을 무조건 바꾼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전국적인 여론조사를 해본 뒤 지역주민으로부터 지지받지 못하고 비판받는 사람을 교체하겠다는 뜻이지요. 실제로 선거를 해보면 다선(多選)이라고 모두 유리한 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참신한 사람이 득표력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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