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지방선거]「선거病」 지역감정 또…

  • 입력 1998년 5월 22일 19시 11분


지방선거는 지역간 ‘편가르기’ 선거인가.

6·4지방선거 초반부터 지역일꾼들의 정책과 공약대결은 찾아볼 수 없고 곳곳에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비방과 헐뜯기 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특히 야당세가 강한 영남지역에서는 난데없는 ‘출생지 공방’으로 냉랭한 선거분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부산시장선거에서는 연일 후보자들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성명과 공개질의,연설 등을 쏟아내고 있다.

21일 부산지역 합동TV토론에서 무소속 김기재(金杞載)후보는 “부산시장은 경상도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여러차례 목청을 높였다. 호적상 출생지가 호남으로 돼있는 한나라당 안상영(安相英)후보를 겨냥한 것.

울산에서도 한나라당 김태호(金泰鎬)의원이 같은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17일 필승결의대회에서 “호남사람을 울산시장으로 뽑아서 되겠느냐”며 전북에서 중학교를 다닌 무소속 송철호(宋哲鎬)후보의 ‘호남거주 경력’을 문제삼았다. 이에 송후보는 “해묵은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한나라당의 음모”라고 강하게 반발했고 이 지역 공선협과 호남향우회 등도 김의원의 발언을 규탄하고 나섰다.

포항시장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장식(鄭章植)후보측이 ‘목포의 눈물이냐, 영일만의 자존심이냐’는 구호를 내걸고 자민련 박기환(朴基煥)후보를 ‘범호남세력’으로 몰아붙였다. 이에 박후보측은 ‘신토불이 박기환 영일만의 자존심’이란 구호를 내세우며 “정후보는 경주 출신”이라고 맞불작전을 폈다.

여당의 절대 우위지역인 호남에서도 은근히 영호남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사려는 후보가 적지 않다. 국민회의 허경만(許京萬)전남지사후보는 “1천4백년만에 ‘호남대통령’을 만들어낸 저력을 바탕으로 전남이 개혁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웃 동네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소(小)지역주의’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경기 화성군 태안읍 출신 국민회의 김일수(金日秀)후보는 인구밀집지역인 태안 봉담읍지역을 방문해 “화성 동부지역에서 인물을 배출하자”고 은근히 소지역주의를 조장했다.

중앙당 차원에서도 고위당직자들이 지원유세를 통해 지역감정 조장에 가세하고 있다. 자민련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충청권 정당연설회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간 공천갈등을 겨냥해 “경상도사람에게 ‘팽’당했는데 전라도사람에게 ‘팽’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며 자민련의 충청권 싹쓸이를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상임고문은 영남지역 지원유세에서 여권을 비난하며 “현정권의 전횡을 막으려면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이 막강한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종합〓6·4선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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