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2070 일자리 복지’ 내세운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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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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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후보론 10년전 얘기… 한번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 못돌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 고문은 “여야를 떠나 민생과 통합의 시대정신을 해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는 손학규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손 고문은 “여야를 떠나 민생과 통합의 시대정신을 해결할 수 있는 대선 주자는 손학규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인터뷰석에 앉더니 두 눈을 감았다. 심각한 표정이었다. 말을 붙이기도 어려웠다.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다시 눈을 떴다. 음료수를 권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물었다. “대통령 되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사실상 올해 대선을 정조준하며 지난 5년을 뛰어왔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옮겨온 뒤 두 번의 당대표, 2년의 강원도 칩거, 새누리당의 텃밭인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국회의원 당선 등 누구보다 파란만장하게 ‘정치 롤러코스터’를 기꺼이 탔다. 그만큼 올해 대선에 대한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인터뷰 초반 잠시 ‘작전타임’ 시간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치인 인터뷰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입술 아래 뾰루지 상처가 사진에 도드라지게 찍힐까 봐 신경 쓰인다는 이유에서다. 동아일보 종합편성방송 채널A의 분장사가 급히 달려와 상처와 얼굴 전반에 화장을 했다. 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는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게 화제가 됐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원래부터 세종대왕을 존경해왔다. 세종대왕처럼 민생과 통합을 이뤄보겠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았다면 한글 창제가 가능했겠는가. 민생 속에서 정치하고 통합의 정신으로 나라를 이끌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민생, 통합 이런 가치는 다른 대선주자들도 다 내세우는 가치다.

“누가 이야기하는데? 말로 주장은 하겠지. 그러나 실제로 몸으로 부딪치면서 만들어낸 ‘손학규의 민생’은 전혀 다른 것이다. 나는 길거리, 지하철, 시장,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을 만나며 민생을 파악해왔다. 2년간 강원 춘천에서 칩거하며 수염 길렀을 때가 더 좋았다고 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민생 대장정’ 하면 손학규다.”

―손 고문이 말하는 민생 공약 중 ‘저녁이 있는 삶’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확 다가오는 말이긴 한데, 요즘처럼 먹고살기 어려운 시대에 어떻게 실현할 수 있나.

“‘저녁이 있는 삶’은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인간중심 복지사회의 상징적 표현이다. 이는 완전고용이 이뤄질 때 가능하다. 나는 이를 위해 ‘2070프로젝트’를 제안했다. 20세부터 70세까지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사회, 2020년까지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담은 것이다.” (손 고문은 조만간 출간할 책 제목도 ‘저녁이 있는 삶-손학규의 민생경제론’으로 정했을 정도로 이 표현에 애착을 갖고 있다.)

―좋은 공약도 대통령이 돼야 실천 가능하다. 지금 지지율은 좀 낮다.

“지지율에 전혀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지율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니다. (과거) 지지율로만 치면 손학규는 이미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어야 했다. 대선은 다른 선거와 달라서, 국민들이 결정할 때 실리적이고 구체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선택한다. 2007년 대선을 보자. 경제가 어렵다니까 BBK, 도곡동 땅 등 각종 문제에도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했다. 국민들이 ‘제발 경제를 살려 달라’는 이해관계 때문에 이런 문제를 덮어준 것이다.”

―올해 대선에서 국민들이 그런 판단을 한다면 누구를 찍는다는 건가.

“손학규지. 아무리 포퓰리즘이라고 야단을 쳐도 우리는 복지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복지 한답시고 나라 경제 들쑤시고 온갖 혼란을 일으키면 안 된다. 복지를 안정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 복지를 민생과 통합의 개념으로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이 손학규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손 고문은 이 대목에서 자신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한약 분쟁을 해결한 것이나, 경기도지사 시절 파주에 LG필립스 공장을 유치해 7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대선은 구도의 싸움이라는 전제하에 ‘영남후보 필승론’이 퍼지고 있다.

“그게 바로 잘못된 것이다. 이번 대선은 지역구도가 아니다. 그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10년 전 이야기다. 그 패러다임은 이미 지나갔다. 10년 전 사고방식을 지금 적용하려 하면 안 된다. 물론 (문재인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PK(부산경남) 출신이 (나 같은) 비PK보다 그 지역에선 표를 더 얻을 것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별것 아니다. 이번 대선에선 중산층과 중도층의 표심이 더 중요하다.”

―현재 당내 주자 중에서 지지율은 문재인 고문이 가장 높고 기세는 김 지사가 좋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지율은 부침이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미지 대결이다. 본격적으로 선거가 가까워지면 콘텐츠 대결로 간다. 이미지로 승세 탄 사람과 콘텐츠 갖춘 사람이 싸우면 결국 콘텐츠가 이긴다.”

―최근 ‘문 고문으로는 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했는데….

“한 번 물레방아를 돌린 물은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문 고문은) 이미 지나간 패러다임이다. 10년 전에 요구했던 인물과 2012년이 요구하는 인물은 다른 것이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 5년이 지났다. 그동안 당을 위해 헌신도 많이 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아직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우는 사람들이 있다.

“이제 당내에서 나의 한나라당 전력을 얘기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득이 안 될 것이다. 내가 민주당에 합류해서 살아온 자세를 봤을 때 단연코 민주당에 플러스알파가 됐다고 확신한다. 2008년 당대표 그만두고 춘천에서 칩거한 뒤 2010년 다시 대표 선거에 나설 때만 해도 당내엔 정권교체 의지 자체가 없었다. 심지어 당내 486 정치인들도 ‘이번(2012년)에 뛰어넘고 차차기에 하자’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 내가 ‘야당은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국민들이 눈길이라도 준다’고 강조하며 당을 바꿔나간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어떻게 보나.

“남의 당 이야기할 것은 없지만 새누리당 경선 룰 논의 과정을 보면 박 전 위원장은 소통을 안 한다. 그의 핵심적, 결정적 문제다. 박정희 리더십, 아버지 리더십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내가 옳은데 무슨 소리야. 우리 아버지가 보릿고개 없애주고 잘살게 해줬잖아. 가만있으란 말이야. 나도 그렇게 해줄게’ 이런 식이다. 40년 전 박정희 리더십을 지금 그대로 적용하겠다니 어림도 없는 소리다.”

―본선에서 맞붙는다면 손학규는 박근혜를 이길 수 있나.

“시대를 제대로 보고 가는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을 이기는 것은 당연하다. 박 전 위원장은 아직도 1970년대에 살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민주주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민주주의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민주주의는 컴퓨터로 치면 ‘마더보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없으면 컴퓨터 자체가 작동 못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우리는 제1야당이다. 안 원장과 별개로 국민에게 ‘민주당이 집권하겠다’ ‘민주당이 잘 먹여 살리겠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린 힘없다. 누구 손 좀 빌려야 한다. (문 고문의 제안처럼 안 원장과) 공동정부 만들어야 한다’고 나온다면 어떤 국민이 미쳤다고 자신감도 없고 능력도 없이 손 빌려 나라 통치하겠다는 세력에게 표를 주겠는가. 내가 종종 하는 말 중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고, 국민은 스스로 존중하는 정당을 찍는다’가 있다. 내 지론이다.”

―통합진보당에 제2의 유령당원 논란이 발생했다. 대선을 앞두고 연대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통진당이 자기 쇄신해서 제대로 된 진보의 모습을 보이면 손잡지만, 이렇게 국민을 분노하게 하면 누가 함께하겠나.”

―‘손학규는 ( ) 대통령이다’라는 문구에서 ( )에 어떤 말을 넣고 싶은가.

“‘민생 대통령’이다. 정치는 민생이다.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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