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이수성]서로가 사는 정치의 길 찾을터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그동안 계속 뜸을 들이다가 오늘에서야 개인사무실만 열고 뒤늦게 경선참여 선언을 하게 된 이유는…. 『한보사태로 인한 정치인 사법처리가 일단락되면 본격활동에 나서겠다고 했던 약속대로 이제 경선출마를 선언하는 것이다』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다른 주자 가운데 월등하고 출중하며 헌신적인 분이 있으면 내가 돼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대통령이 될 사람은 완전한 자기희생과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온몸을 던져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점에서 나는 누구 못지 않으며 누구에게도 사양하고 싶지 않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 그러기 위해 국가적 정책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정치이며 정치의 목적이라고 본다』 ―늘 「떼밀려서」 정치에 입문했고 「하고 싶지 않은데」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얘기를 해왔는데…. 『군자나 선비연(然)하면서 인생의 오욕(汚辱)을 받지않으면서 편안하게 살고 싶었다. 국무총리나 신한국당고문 모두 내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정치인이 된 이상 정치를 회피할 생각이 없다. 내게 오욕이 된다하더라도 모든 것을 던지겠다. 나는 돈과 권력보다는 명예를 중시해온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내 명예를 훼손시키면서까지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당내에서는 이고문이 당을 위해 기여한 것이 없다면서 「무임승차론」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인만 정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혐오가 더없이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정치적 신진대사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새로운 역사의 지평을 열기 위해 내가 참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현대는 국민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는 대중정치의 시대다. 또한 나는 서울대총장과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우리 사회에 기여한 것이 정치인들이 기여해온 것보다 못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에서도 정치와 무관했던 사람들이 국정을 총책임져 큰 업적을 남긴 사례가 많지 않은가』 ―당내기반도 없는데 경선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 그리고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으며 정발협 사람들과 접촉을 해왔는가. 『정발협 사람들과는 사전접촉이 전혀 없었다. 정치인과의 접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발협은 여전히 우리 정계에서 민주개혁세력의 중심이며 우리 당의 중추이다. 대의와 명분이 맞으면 어깨를 걸고 함께 나갈 것이다. 현재 당내에 세(勢)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의 경선이 신사적 게임이라면 「분열과 상극」의 투쟁이 아닌 「조화와 통합」을 통해 세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의원들이 나에게 세를 쌓아줄 것으로 믿는다』 ―당내 경선이 李會昌(이회창)대 반(反)이회창그룹의 대결양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반이진영에 가담할 생각은 없는가. 『그런 구별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당의 경선은 「누가 더 국민을 위해 잘 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선의의 경쟁이다. 경선은 「서로 죽이는」 상살(相殺)의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서로 살리는」 상생(相生)의 게임이 돼야 한다. 대의원들이 옳은 판단을 하리라 기대한다』 ―김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에 대해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로 이회창대표를 통해 밝혔다. 어떻게 생각하나. 『엄연히 존재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국민도 우리의 돈드는 정치행태에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 이 문제는 과거의 잘못을 용서하고 미래의 좋은 정치를 위한 출범의 계기로 삼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 ―지난 TV토론회에서 김대통령을 감싸 민심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는데…. 『총리로서 모셨던 분인데 내 인기를 위해 그분을 공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수성은 그런 일은 할 수 없다』 ―金賢哲(김현철)씨의 구속은 어떻게 보는가. 『법집행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적으로는 안됐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재임 중에 자식을 교도소에 보낸 일은 참으로 고통스런 일일 것이다. 대통령 내외분께 위안이 되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 ―지금 김대통령이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다. 왜 이렇게 됐다고 보는가. 『김대통령은 공무원재산등록제 금융실명제 군개혁 등 역사적으로 바르게 평가받을 많은 일을 했으나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지나친 사정 중심의 인적청산 위주로 개혁을 해 부작용이 많았다. 특히 한보사태로 측근비리가 드러나 어려운 상황이 됐다』 ―「큰 정치」 「통합의 정치」를 주장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여야로 갈리고 지역 세대 계층별로 갈갈이 찢어져 있다. 국민의 아픈 마음을 꿰매어 힘을 합쳐 나가지 않으면 현재의 난국을 극복할 수가 없다. 국민에게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회오할 기회를 주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 우리의 미래를 함께 개척해 나가자는 것이 통합의 정치며 큰 정치다』 ―「따뜻한 법치」는 무슨 말인가. 『법의 목적은 공동선의 추구다. 법 집행자가 따뜻한 마음을 가져야 그런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법대로만 해서는 공동선을 이룩할 수가 없다』 ―총리로서 국회에서 마지막 답변을 하고 난 뒤 박수를 받았다. 그런 일은 전례가 없는데 왜 박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총리로서 정직했다는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총리 때 국회에서 답변하면서 매번 「존경하는 의원의 질문에 답한다」며 답변을 시작했다. 정말 존경해서 그런 말을 한 것인가. 『수사학적 의미가 아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은 누구라도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全斗煥(전두환) 盧泰愚(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두 전직대통령 뿐아니라 그 사람들에게 저항하다 투옥된 모든 양심수들을 함께 석방하는 대사면이 단행돼야 한다』 ―통일에 대해 어떤 전망을 하나. 또 어떤 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북한이 우리 경제 수준의 60∼70%에 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연착륙시키는 정책이 중요하다. 그러나 갑작스레 통일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 통일에 대비해 북한인들의 경제생활을 지원하는 한편 사상적으로도 그들을 동화시켜야 할 일 등이 있을 수 있다』 ―대학교수 때 연구는 안하고 정치인 등 사람사귀는 일에만 신경썼다는데…. 『서울대 총장선거 때 상대진영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당시 내가 압도적 다수로 총장에 선출됨으로써 설득력을 잃은 얘기였다. 나는 매년 몇편씩의 논문을 썼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남들보다 열심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잘못된 일인가』 ―시중에는 이고문이 「동생이 10만명, 형님이 5만명」있다는 말이 나도는데 정말 그런가. 『사실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진실되게 사귀고 마음을 다해 도와주다보니 친구나 아우가 많을 뿐이다』 ―집안에서 가부장적이라는데…. 『다소 보수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일은 아내와 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결정한다』 〈대담=김차웅부국장대우 정치부장·정리〓윤정국·사진〓석동율기자〉 ▼이수성고문 약력▼ △함남 함흥(60)△서울고 △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대 교수 △프랑스 파리제2대 교환교수 △서울대 학생처장 △신사회공동선운동연합 공동대표△서울대총장(직선) △국무총리 △신한국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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