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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南北정상회담, 굳건한 韓美공조 돌다리 건너서 가야

입력 2018-02-12 00:00업데이트 201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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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에게서 김정은의 친서와 함께 평양 초청 의사를 전달받고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은 어제 브리핑에서 “(초청) 수락이라고 볼 수 있다”며 “대통령은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 (정상회담이) 10년도 넘었는데 좀 더 의미 있고 성과 있게 이뤄지려면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처음 문 대통령 반응이 나왔을 때 부인도 확답도 아닌 조건부 수용으로 해석됐으나 김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한 시간쯤 후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대변인이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으로 말했는데,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는 대통령 워딩 그대로 해석해 달라”고 정정했다. 방북 초청을 대하는 청와대의 속내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상회담은 꼭 하고 싶은데, 대북제재라는 큰 흐름에 엇박자를 내는 것 아니냐는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도 의식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으므로 남북 접촉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정부는 김여정 일행이 어젯밤 인천공항을 통해 평양으로 돌아갈 때까지 2박 3일의 짧은 일정에 네 차례나 문 대통령과 만날 기회를 마련해주는 등 극진한 손님맞이를 해줬다. 문 대통령이 조만간 고위급 특사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논의를 대하는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 2박 3일간의 방한 내내 북한과의 접촉을 거부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10일 출국 후 “빛줄기 하나 샐 틈 없는” 대북제재를 거듭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조만간 초강력 추가 제재를 예고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평창에서 북-미 대화의 싹을 틔워보려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9일 리셉션에서 펜스 부통령이 5분 만에 자리를 뜬 것도 그가 이미 1시간 전에 불참 의사를 밝혔는데도 문 대통령이 “친구에게 인사라도 하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가 빚어진 불편한 광경이었다. 무조건 만나면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접근법으로 풀기엔 북핵 문제는 너무도 엄중한 상황인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방북해 정상회담을 한다면 제1의 목표는 비핵화 논의의 진전에 두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평양을 가냐, 안 가냐의 문제보다 북한과 미국이 어떤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미 관계의 변화를 위해선 김정은이 핵·미사일 추가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나설 진심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문 대통령이 특사를 보낸다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이 그런 자세를 취하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정부는 대북 설득과 더불어 굳건한 한미 공조를 재확인해야 한다. 이미 ‘양국이 다른 신호등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터에 한미 간의 온도 차를 줄이는 데 진력해야 한다. 우방국들에 남북회담은 비핵화 논의의 진전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설명하고,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일시적으로 취해진 대북제재 예외를 원상태로 회복해야 한다. 국제 제재의 긴장도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김정은은 정상회담에 빈손으로 나올 것이다.

11년 만에 남북 정상이 만나 한반도에 평화와 화해의 온기가 퍼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했는데도 비핵화 문제에 아무 진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것은 치명적 후폭풍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은 2000년, 2007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때처럼 조건 없는, 과감한 만남 자체에 연연하고 감격할 시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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