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겨울철 온천 ‘만병통치약’ 아냐 … 심장 약하면 반신욕만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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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온천욕, 피부건조증·가려움증 유발 … 당뇨병 환자, 물 온도 42도 이하 준수


본격적인 겨울 추위가 시작되면서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 온천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온천수의 물과 증기에는 다양한 효능의 광물질이 녹아 있어 질병을 예방 및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부모님, 형제, 자녀 등과 온천탕에 둘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그동안 몰랐던 가족애를 느낄 수도 있다. 이처럼 육체·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는 온천이지만 너무 자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오히려 건강에 독이 되기도 한다.

온천욕은 일종의 온열치료법으로 활용된다. 더운물은 경직된 근육과 관절을 풀어줘 통증을 없애주고 만성 관절염 등의 진행을 더디게 해준다. 피부노폐물을 제거하고 전신을 이완시켜 피로를 개선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개선에 효과적이며, 각질을 녹이고 피부를 매끄럽게 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도움된다. 호흡기가 약한 환자의 경우 온증기를 통해 불순물을 걸러내 점막기능을 개선한다. 또 온천욕을 통한 기초대사량 증가로 다이어트 효과까지 볼 수 있다.
온천은 또 각종 무기물이 함유돼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각종 척추관절질환으로 인한 통증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된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온천이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에 매료돼 과도하게 온천욕을 즐길 경우 온몸에 심한 가려움증이 생기거나, 관절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윤유석 수원 모커리한방병원장은 “온천을 자주해 허리와 골반 주위에 있는 근육과 인대가 과도하게 이완되면 허리뼈가 비뚤어지면서 추간판(디스크)이 밀려 부어오를 수 있다”며 “겨울철 온천욕을 할 땐 물 온도가 40도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고, 시간은 15분 전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등산이나 심한 운동 후에는 근육이나 관절에 염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뜨거운 온천욕이나 찜질보다는 찬물 샤워나 냉찜질을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또 관절이 붓거나 열이 나는 급성기엔 온천욕을 하지 않는게 좋다.

과도한 온천욕은 피부건강에도 역효과를 나타낸다. 온천수에 몸을 지나치게 많이 담그면 피부를 보호하는 지질막과 각질층이 모두 벗겨진다. 온천수에 함유된 유황성분은 피부각질을 부드럽게 해 녹이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수돗물을 사용하는 일반 목욕보다 온천욕 후 피부 각질층이 더 많이 얇아져 피부건조증과 가려움증이 발생한다.
건성습진처럼 건조한 피부 탓에 발병한 피부병을 앓는 경우 유황 온천욕을 하면 피부가 더 건조해져 증상이 악화된다.

여성은 과도한 온천 이용시 질염 위험이 높아진다. 질염은 질내 감염이나 염증 반응, 호르몬 변화 등으로 발생하는 여성 생식기질환이다. 곰팡이나 세균 같은 원인균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왕성하게 번식하기 때문에 여름 휴가철 물놀이를 즐긴 뒤 발병할 때가 많다. 온천이나 스파는 이같은 조건을 충족할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 다수의 사람이 몰려 있어 발생 위험이 높다.

심뇌혈관계질환 환자는 열탕에 들어가는 순간 피부혈관이 수축되면서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입욕 시간이 길어지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오히려 혈압이 떨어진다. 또 급하게 탕에서 나오면 뇌빈혈이 올 수 있어 천천히 일어나도록 한다. 악성종양, 신부전, 임산부는 온천욕을 피하는게 좋다.
윤 원장은 “고혈압, 저혈압, 빈혈 등 심뇌혈관계 환자는 열탕에 오랜 시간 있거나 곧바로 냉수마찰 및 냉탕에 들어가는 목욕법은 삼가야 한다”며 “체온과 비슷한 36~37도 탕에서 시작해 서서히 뜨거운 탕으로 옮겨가는게 좋다”고 설명했다.

아침 온천욕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 심근경색과 뇌경색이 이 시간대에 빈발하기 때문이다. 온천 후에는 몸을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그대로 말리거나 면수건으로 두들겨 물기를 제거한다. 급격한 체온 변화를 막기 위해서다. 온천 후에는 수분과 음식을 가볍게 섭취하고 휴식을 취한다.

탕 안에 몸을 담그는 시간은 이마에 땀이 맺히는 30~60분이 적당하며, 맥박이 1분에 120회 이상 뛰면 바로 탕 밖으로 나온다.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환자는 반신욕이 안전하다. 당뇨병 환자는 42도 이상 탕에 들어가는 것을 삼가고 낮은 온도에서 짧게 입욕한다. 사우나를 겸할 땐 다리 위치를 의자 높이로 유지해야 심장에 부담이 덜 간다.

온천의 효능·효과는 과거 경험에서 전해져 온 게 많아 의학·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편이다. 온천 내 함유 성분의 효능을 과신해 질병치료 목적으로 남용하거나 맹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질환을 가진 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해 온천의 종류와 입욕법 등을 결정하는 게 좋다. 식사 전후나 음주 뒤에는 입욕을 삼간다.

국내 온천은 성분에 따라 보통 6가지로 구분되므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한다. ‘유황천’은 유황 때문에 매끄러운 느낌이 나는 게 특징으로 불포화지방산과 리놀레인산 등도 다량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이 몸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준다. 경북 울진 백암온천, 충남 온양 도고온천, 경기 포천 일동온천 및 신북온천 등이 유황천으로 유명하다.
‘중조천’은 중탄산나트륨이 주성분으로 위액의 산성도를 중화시키고 위산 분비를 억제함으로써 만성 소화기질환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위산 과다분비인 경우 뜨거운 온천수, 위산 감소증에는 차가운 온천수를 마시면 좋다. 경북 울진 덕구온천이 대표적이다.
소금이 섞인 ‘식염천’은 온열작용이 뛰어나 류머티즘 등 근골격계질환에 효험이 있다. 습진, 가려움증 등 피부증상을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된다. 경기 화성 발안식염온천, 경남 창원 마금산온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탄산천’은 온천수에 함유된 탄산가스가 피부를 자극, 혈관이 확장되기 때문에 심장에 좋다. 충북 충주시 앙성탄산온천, 강원 양양 오색온천 등이 가볼만하다.
‘게르마늄천’은 산성화된 체질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키고 신체 조직에 산소를 신속히 공급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준다. 전남 구례 지리산온천과 강원 철원온천 등이 널리 알려졌다.
용어에 대한 거부감 때문인지 ‘라듐온천’으로 불리는 ‘방사능천’도 있다. 미소량의 방사선이 오히려 인체에 유익하다는 게 온천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라듐은 기능 항진 작용이 뛰어나 갱년기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된다. 충남 아산 온양온천, 충남 예산 덕산온천, 대전 유성온천 등이 유명하다.

취재 = 박정환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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